미국 하원이 16일(현지 시간) 러시아의 에너지 주요 구매국인 중국과 인도를 겨냥한 대러시아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린지 O. 그레이엄 러시아·이란 제재법’을 찬성 262표, 반대 159표로 가결했다. 앞서 미 상원은 지난달 찬성 86표, 반대 11표로 이 법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지난 7월 별세한 공화당 소속 고(故)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5개국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법안에는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의 구체적인 국가명이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중국과 인도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러시아의 에너지·방위산업에 대한 추가 제재도 담고 있다. 기존 제재를 피해 러시아산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이란에 대해서도 추가 제재를 부과하도록 했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줄곧 평등과 호혜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과 정상적인 무역·경제 협력을 해왔다”며 “이러한 협력은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제3자의 간섭이나 강요를 받아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법적 근거가 없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역외관할(일국의 국내법을 역외에 적용하는 행보)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인도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법안이 인도와 미국 양국 관계뿐 아니라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왔다”며 “무역과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법안 통과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주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중 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나왔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번 주말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최종 조율을 위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양측은 농산물 교역에 대한 관세 인하를 비롯해 지난해 10월 체결된 취약한 무역 휴전의 연장 등 정상회담에서 내놓을 경제적 합의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산 원유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중국을 겨냥한 이번 법안은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며 중국에 이란과의 상업적 거래를 중단하도록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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