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소싸움과 반시다.
하지만 청도의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선시대 읍성에서 석빙고, 천년고찰 운문사까지 지역 곳곳에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청도군이 최근 이들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관광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보고 돌아가는 관광'에서 '걷고 머무는 관광'으로의 전환이다.
청도에는 오래전부터 지역의 빼어난 풍경을 일컫는 '청도 8경'이 전해온다.
남산에 아침 햇살이 비치는 오산조일을 비롯해 용각모우, 자계제월, 운문효종, 유호연화, 유천어화, 낙대폭포, 공암풍벽 등 자연과 계절, 물과 산, 소리와 풍경을 담은 경승들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관광지도도 달라졌다.
청도군은 지난 2023년 자연환경의 변화와 새롭게 조성된 관광지, 최근 관광 트렌드를 반영해 '청도 관광 9경'을 새로 선정했다.
2022년 한국관광데이터랩의 청도군 관광지 분석을 토대로 군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역사성과 상징성, 상품화 가능성, 주변 편의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선정된 관광 9경은 △제1경 청도읍성 △제2경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공원 △제3경 청도신화랑풍류마을 △제4경 운문사 △제5경 섶마리한옥마을 △제6경 낙대폭포 △제7경 유등연지 △제8경 와인터널 △제9경 청도레일바이크다.
옛 8경이 청도의 자연과 정취를 중심으로 했다면 관광 9경은 역사와 문화, 체험과 레저까지 범위를 넓혔다.
운문사와 낙대폭포, 유등연지처럼 과거 8경의 풍경이 오늘날 관광지로 이어지는 곳도 있다.
청도의 관광자원이 단순한 자연경관 감상에서 역사문화와 체험형 관광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도군 화양읍의 읍성권이 조선시대 청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운문면의 운문사는 청도 문화유산의 또 다른 축이다.
운문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을 비롯해 원응국사비, 석조여래좌상, 동·서 삼층석탑 등 다양한 불교문화유산이 남아 있다.
오랜 역사만큼 운문사가 보유하고 있는 불교 관련 문화유산도 상당하다.
청도군과 운문사에 따르면 보물 '운문사 동호'를 비롯해 1250여 점의 불교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운문사는 단순한 사찰 관광지를 넘어 청도 문화유산 보존정책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보존시설 확충 문제도 현안으로 떠올랐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4일 운문사를 찾아 박권현 청도군수 등 관계자들과 국가유산의 보존·활용과 문화유산을 통한 지역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청도군과 운문사 측은 현재 역사문화관만으로는 다수의 소장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별도의 수장고 건립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 역사문화관은 4900㎡ 부지에 연면적 647㎡ 규모로 조성돼 있지만 소장 자료에 비해 수장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청도군의 설명이다.
문화유산 활용에 앞서 보존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관광 활성화와 유산 보호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당시 "청도군은 불교문화유산과 읍성문화가 어우러진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국가유산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와 관련해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도군도 문화유산을 지역 활력과 연결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국가유산청과의 협의를 통해 운문사 수장고 건립을 건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읍성과 석빙고, 향교 등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유산을 주민과 관광객이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박권현 청도군수는 최근 국가유산청장과 만난 자리에서 "운문사를 비롯한 지역 국가유산은 단순한 문화유산을 넘어 청도의 미래를 이끌어 갈 소중한 자산"이라며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감소 대응으로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개발이나 관광 활성화보다 보존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보존만으로 지역에 활력을 만들기도 어렵다.
결국 청도가 풀어야 할 문제는 '어떻게 지킬 것인가'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여기에 문화유산을 찾은 관광객이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먹고 소비하며 머물 수 있도록 관광 동선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옛 청도 8경에서 오늘의 관광 9경까지 청도를 바라보는 관광의 시선은 이미 넓어지고 있다.
소싸움과 반시로 익숙한 청도에 읍성의 성곽길과 석빙고, 운문사의 천년 역사, 그리고 자연·체험 관광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진다면 청도의 관광지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오래된 유산을 새로운 시설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쌓인 시간을 오늘의 여행과 연결하는 것.
청도가 추진하는 문화유산 관광의 성패도 결국 그 연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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