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가 정부와 국회의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에 직면했다. 지난 8월 20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다.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규제가 골자지만, 산업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금융업 수준의 고강도 규제가 사업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할부거래법 개정안은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를 자본금의 50% 이내로 제한하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조사 권한 강화와 금융당국과의 합동조사권 신설도 포함됐다.
올해 3월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 가입자는 1131만명, 선수금 규모는 11조 3544억원에 달한다. 상조 상품은 법적으로 장래의 서비스를 미리 계약하고 대금을 나누어 내는 '선불식 할부거래'다. 반면 이번 개정안에 담긴 신용공여 제한이나 금융당국 합동조사 등은 보험이나 저축은행 등 금융업법 체계에서 가져온 규제 장치다.
금융상품의 핵심이 '자산운용 수익과 지급여력 유지'에 있다면, 상조 상품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제공받는 시점까지 선수금이 온전히 보전되는가(이행 담보)'에 달려 있다. 금융업식 건전성 지표를 통째로 이식할 경우 정작 소비자 보호의 핵심인 선수금 이행 보전보다 기업 지배구조 통제 자체가 규제의 목적이 될 것으로 상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정상 영업 중인 선불식 할부거래업체는 76개사로, 전반적인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되는 피해 사례 역시 일부 계열사의 자본잠식이나 불투명한 자금거래 등 개별 기업의 문제에 집중됐다.
최근 1년 새 국회에는 대여 한도 설정,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폐업 시 공고 의무 등 전방위적인 규제 법안 7건이 발의됐다.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 대응이 업계 전체를 향한 '사전 총량 규제'로 일반화되면서 정상적으로 선수금을 보전 중인 사업자들의 규제 준수 비용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차등 리스크 등급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선수금 보전비율, 자본잠식 여부, 계열사 거래 비중, 소비자 분쟁 이행률 등을 지표화해 사업자를 3~4개 등급으로 나누자는 구상이다. 리스크가 높은 등급에는 감독을 집중하고, 성실하게 선수금을 보전해 온 우수 등급 사업자에게는 신규 서비스 개발 및 상품 다각화 등의 자율성을 부여할 것을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조업 규제에서 가장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강도가 아닌 '분류'의 문제"라며 "향후 공정위가 마련할 시행령에서 단순 감시용이 아닌 등급별 인센티브의 근거가 되는 지표 체계를 구축해야 규제와 산업 진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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