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社 "쉼도 경쟁력, 복지 확충"… 근로자 "마음껏 쉬는 문화 정착"

  • 한국관광공사, 9년 된 근로자휴가지원사업 2026 성과공유회

  • 근로자 20만·기업 10만·정부 10만원 적립금 '휴가샵'서 이용

  • 근로자 몫 대신 내주는 기업도… 재참여·他 기업 추천 의향 86%

  • 올해 모집 규모 14만5000명으로 늘리고 중견기업까지 대상 확대

  • 내년 '노동자휴가지원사업'으로 절차 간소화·플랫폼 전면 개편

2026 근로자휴가지원사업 성과공유회 참여기업토크쇼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2026 근로자휴가지원사업 성과공유회 참여기업토크쇼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가 9년째 이어온 근로자휴가지원사업이 참여 기업들의 사내 복지제도로 자리 잡았다. 근로자 몫 20만원까지 대신 내는 기업이 나왔고 직원들은 연차를 꺼내 쓰는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참여 근로자 조사에서 적립금으로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는 응답은 89.4%에 달했다.

근로자휴가지원사업은 근로자가 20만원, 기업이 10만원, 정부가 10만원을 모아 적립금 40만원을 만드는 구조다. 근로자는 이 돈을 전용 온라인몰 휴가샵에서 국내 여행 상품을 사는 데 쓸 수 있다. 2018년 본사업으로 전환됐고 올해는 모집 규모를 14만5000명으로 늘리며 중견기업 근로자로까지 대상을 넓혔다.

관광공사는 쌓인 성과와 참여 기업 사례를 나누기 위해 지난 10일 시그니엘 서울에서 2026 근로자휴가지원사업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참여 기업 대표와 담당자, 유관·협업기관 관계자 등 200여 명이 모였다. 오전 최고경영자(CEO) 라운드테이블부터 오후 시상과 인사이트 강연, 참여 기업 토크까지 종일 이어졌다.
 
CEO라운드테이블에서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있는 참여기업 대표들 사진한국관광공사
CEO라운드테이블에서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있는 참여기업 대표들. [사진=한국관광공사]
 
◆기업들 "비용 아닌 투자"…복지 예산 늘려 참여

관광공사가 이날 공개한 지난해 성과 분석 결과를 보면 참여 기업 담당자의 재참여 의향과 타 기업 추천 의향은 각각 86.0%로 나타났다. 복지 예산을 늘리는 일이 경영진으로서는 부담인데도 나온 응답이다.

성과공유회에서 만난 참여 기업 경영진들은 그 이유를 비슷하게 설명했다. 윤형진 이지케어텍(주) 이사는 "일시적인 재정적 부담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희는 그걸 비용으로 보지 않고 투자로 보고 있다"며 "쉼도 하나의 경쟁력이다. 잘 쉬는 사람이 업무 생산성도 높고 기업의 혁신을 가져온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케어텍은 2019년부터 8년 연속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346명이 참여했고 올해도 345명이 신청해 4년 연속 300명 이상을 유지했다. 윤 이사는 "휴가지원사업에 참여한 이후 사내 복지 제도를 확충했다"며 "휴가지원사업이 사내 복지 제도를 다양하게 만드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에이앤디신용정보는 사업 첫해인 2018년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9번째 참여다. 2018년 이후 누적 참여 근로자는 3400여명이다. 임직원 87%가 혜택을 받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주경 에이앤디신용정보 대표이사는 "고객을 상대하는 일을 하다 보니 직원들의 정서적인 안정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기업 경영의 목적 중에 가장 큰 게 직원의 행복이다. 작은 부담은 있지만 회사가 직원들 행복을 위해 당연히 같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근로자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지난해 조사에서 근로자 중 90.1%는 참여 이유로 경비 부담 경감을 꼽았다.

빅테크플러스 주식회사는 2021년부터 근로자 몫 20만원까지 회사가 대신 내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해 임직원 20명 전원이 참여했고 배정된 적립금 800만원 가운데 8245원만 남았다. 소진율 99.9%다.

함배일 빅테크플러스 대표는 "본인 부담금이 없다 보니 안 쓰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좋은 인재를 유치하려면 복지도 중요하다. 요즘 회사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급여뿐만 아니라 복지 제도도 중요하게 본다. 비용 문제로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관광공사가 휴가비를 함께 부담해 주니 스타트업도 이런 복지 제도를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 본사를 둔 계룡건설산업㈜은 2020년 이 사업에 처음 참여했다. 당시에는 근속 1년 이상으로 대상을 제한했는데도 500명 이상이 신청했다. 2년쯤 뒤 근속 규정을 없애고 정규직과 계약직도 가리지 않자 신청자가 1000명 가까이로 늘었다. 누적 참여 근로자는 5067명이다.

박정규 계룡건설산업 상무는 "혜택에 대한 참여 제약을 다 풀었다. 어제 입사했어도 필요하면 쓸 수 있다. 제약이 없다는 점이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아울러 만족도 조사에서 불만도 거의 없다"며 "근로자들의 쉼이 있으면 회사에도 활력이 생긴다. 회사로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참여기업토크쇼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참여기업토크쇼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눈치 안 보고 쓴다"…근로자가 말한 변화

오후 성과공유회에서는 '우리가 만든 우리 회사의 변화'를 주제로 참여 기업 토크가 열렸다. 사업에 참여한 근로자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굿러너컴퍼니에서는 직원 상당수가 달리기를 즐긴다. 이들이 휴가지원사업으로 결제하는 것도 대개 마라톤·트레일러닝 대회에 갈 KTX와 국내선 항공권이다. 이윤주 대표는 "직원들이 이 사업을 굉장히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 만족도도 높다"며 "대회를 다녀오면 서로 메달을 목에 걸고 출근한다. 그러면서 서로 휴가를 권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말했다.

휴가가 꼭 멀리 떠나는 여행일 필요는 없다. 휴가샵에서는 숙박이나 교통뿐 아니라 전시·체험형 상품도 결제할 수 있다. 지난해 근로자 19명 전원이 사업에 참여한 ㈜휴먼메트릭스의 전솔연 주임연구원은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비용은 휴가지원사업에서 받고 쉬는 시간은 회사 복지제도에서 받다 보니 시너지 효과도 있다"며 "휴가샵에는 일상 속에서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많다. 평소에도 쉼을 갖는 문화가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근로자 부담금 20만원을 전액 지원하는 풍림무약㈜에서 근무하는 이승태 팀장은 "직원들이 휴가를 쓰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워졌고 연차 사용률도 많이 높아졌다"며 "포인트를 잘 썼다, 어디 잘 갔다 왔다고 얘기해 주는 직원을 보면 현업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직원들이더라. 이런 걸 보면 기업의 경쟁력과 개인의 복지는 직결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IBK기업은행은 동반성장 지원제도로 중소기업 근로자 적립금을 대신 내주고 있다. 백성현 IBK기업은행 대리는 "기업 복지 담당자들에게서 직접 전화 문의가 올 만큼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K휴가문화 상생협력 공동선언식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K-휴가문화 상생협력 공동선언식에서 참여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CEO 17곳 공동선언…공사 "서류 간소화·플랫폼 개편"

CEO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관광공사와 참여 기업 대표들이 'K-휴가문화 상생협력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17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다. 휴가친화 기업문화 조성, 우수 휴가복지 모델 확산, 국내 여행 소비를 통한 지역경제 기여, 복지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역인재 확보 등 네 가지를 함께 실천하기로 했다.

박성혁 관광공사 사장은 "휴가 문화가 많이 좋아지고 있다. 여기 모인 대표님들의 공헌"이라면서 "지역기업의 휴가 및 복지 경쟁력 강화가 우수 인재 확보와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고 국내 여행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근로자휴가지원을 더욱 내실 있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관광공사는 내년 사업 10년 차를 맞아 제도를 손본다. 기업 담당자의 서류 제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휴가샵 플랫폼도 전면 개편한다. 곽재연 관광공사 국민관광지원팀장은 "행정 처리 때문에 사업 참여를 망설이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고 정책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온라인 포인트 결제에만 머물지 않고 여행지 현지에서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결제 시스템 도입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개편은 2027년 중 공개할 계획이다.
 
CEO라운드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한국관광공사
CEO라운드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사업명도 바뀐다. 내년부터는 '노동자휴가지원사업'으로 불릴 예정이다. 박 사장은 "9년 연속 참여 기업이 408개에 이를 만큼 사업의 지속성과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사업명 변경과 함께 휴가비 지원을 넘어 휴가문화 확산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고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처럼 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계층의 참여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선언은 공사와 여러 업종의 기업이 함께 노동자의 휴가권을 존중하고 일과 휴가가 조화로운 기업문화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자리"라며 "잘 쉬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그 문화가 산업과 지역으로 확산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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