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굿은 액땜하거나 위로받기 위해 무당에게 의뢰하죠. 무당이 다 해결해줄 것처럼요. 하지만 무감서기에는 진정으로 복을 받고 싶으면 당신이 직접 굿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굿이 아닌, 스스로 움직여서 복을 갖고 오는 행위죠."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
무감서기. 굿이 절정에 달했을 대 굿을 청한 이가 무녀의 옷을 빌려 입고 장단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추며 흥을 풀어내는 행위. 이 민속행위가 서울시무용단의 몸을 빌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은 1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무감서기' 프레스콜에서 "무감서기는 남 탓을 하기 보다 아픔과 슬픔을 내 안에서 해결하고, 스스로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무감서기는 무당에게 복을 빌어 달라고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굿의 주체가 직접 춤을 추며 복을 맞이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작품의 출발점은 지난해 서울시무용단 작품 ‘미메시스’를 준비하며 시작한 무당춤 연구였다. 윤 단장은 “과거 서울 굿에서는 무녀가 한참 굿을 벌이다 보면 그 집안의 대감이 무복을 빼앗아 입고 무녀처럼 즉흥적으로 뛰었다"며 "연주에 몸을 맡기고 내 몸이 가는 대로 뛰는 것이 무감서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작품에 즉흥성을 넣었다. 오랜 훈련으로 칼군무를 구현하는 무용수들에게 각자의 몸과 감정을 드러내도록 주문했다. 또한 같은 동작이어도 다르게 보이도록 날림이 화려한 의상을 만들었다. 그는 "(의상의) 날리는 각도나 흐름은 무용수의 손끝에 따라 모두 다르게 연출된다"며 "동작은 같을지언정 의상이 흐르는 모습까지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도록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데도 공들였다. 윤 단장은 "굿과 무녀는 우리 조상들의 공동체적 삶을 이루던 요소였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굿을 하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음식을 가져와 함께 먹으며 축제가 되는 일상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일제가 미신이란 용어를 쓰면서 천대화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조상들의 삶에 녹아 있던 민속의 소재를 통해 지금을 얘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무감서기가 품은 신명과 해방감을 무대에서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굿판에 뛰어들어 직접 춤추고 어울리는 축제, 즉 노는 굿으로서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불안과 고통, 인식과 희망, 분출과 평온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그렸다지만, 해방의 난장을 의도한 무대 막바지까지 어둠만 짙었다. 70분 내내 이어진 몽환적인 음악과 폭발할 듯하면서도 끝내 터지지 않는 움직임은 굿판의 즉흥성과 흥, 신명을 눌렀다. 집요하게 고통은 들여다봤지만, 이를 털어내는 해방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고 할까.
공연은 10일부터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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