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미국이 패할 경우 국가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중국의 개방형 AI 모델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미국 내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9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브라이트바트 뉴스 행사에서 "중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중국이 AI에서 우리를 앞서 나간다면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이 막대한 국방예산을 투입하더라도 AI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진다면 국가를 지키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도 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최근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대 여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미국 내 반발이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중국에 AI 주도권을 내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북부와 북서부의 인구가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중국산 오픈웨이트 AI 모델의 성장세도 미국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해온 폐쇄형 모델과 달리 오픈웨이트 모델은 모델의 가중치를 공개해 이용자와 개발자가 이를 내려받아 활용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정·개발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 시장에서 미국 모델에 근접한 성능을 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AI 전문 뉴스레터 인터커넥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오픈웨이트 AI 모델의 전 세계 다운로드 건수는 3억2800만건을 넘어 미국산 모델의 2배 이상에 달했다. 문샷AI의 '키미 K3'와 딥시크의 업데이트 모델인 'V4 프로' 등 강력한 신제품이 잇따라 출시된 영향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최첨단 AI 모델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증류(distillation)'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증류는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의 출력 결과를 활용해 다른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8일 공동 사이버보안 문서를 발표해 중국계 AI 기업들이 앤트로픽, 오픈AI, 구글, 스페이스X 등 미국 AI 기업의 최첨단 모델을 대상으로 산업적 규모의 증류 활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문서는 이같은 작업이 중국 정부의 '인지' 하에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과 중상모략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중국과 미국 모두 AI 강국으로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달 24일로 예고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은 AI 안전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앞서 로이터는 보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양국이 AI만을 의제로 공식 양자 협의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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