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의 유통맵] 덜 마시고 더 좋은 술로…2030이 키운 싱글몰트

  • 2030세대 음주율 67.2%로 하락…"가끔이라도 좋은 술" 62.6%

  • GS25 싱글몰트 비중 61%…10만원 이상 프리미엄 매출 126%↑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부나하벤’의 마스터 블렌더 줄리앤 페르난데스. [사진=캄파리코리아]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부나하벤’의 마스터 블렌더 줄리앤 페르난데스. [사진=캄파리코리아]

술을 마시는 횟수는 줄었지만 한 번 마실 때는 더 좋은 술을 고르는 2030세대가 늘고 있다. 건강과 비용 부담으로 음주 자체는 줄이는 대신 맛과 품질, 희소성을 따져 프리미엄 주류를 찾는 ‘선택적 음주’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유통 현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싱글몰트 위스키의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1만65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026t보다 24.0%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수입량도 전년보다 17.7% 줄었다. 하지만 소비의 질은 달라졌다.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는 올해 상반기 싱글몰트 위스키가 처음으로 와인과 블렌디드 위스키 등 모든 주종을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랐다. 위스키 매출에서 싱글몰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전년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싱글몰트 매출은 126% 증가했다.
 
반면 하이볼 등에 주로 사용되는 블렌디드 위스키의 매출 비중은 약 30% 감소했다. 발베니 12·14년과 글렌피딕 15년, 카발란 솔리스트처럼 다른 음료를 섞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제품들이 판매 상위권에 올랐다. 가볍게 섞어 마시던 하이볼이 위스키 입문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원액의 향과 맛을 직접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게 GS25의 분석이다.
 
특히 2년 전과 비교해 GS25에서 싱글몰트 매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연령·성별은 20대 남성으로 증가율이 75%에 달했다. 20대 남성이 와인25플러스에서 주문한 전체 주류 금액 가운데 위스키 비중도 5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절대 구매액에서는 중장년층이 여전히 크지만 새로운 위스키 소비층이 20대로 넓어지는 흐름은 분명한 셈이다.
 
2030세대의 달라진 음주 습관도 이를 뒷받침한다. 오픈서베이가 지난달 전국 20~3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MZ세대 주류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내 술을 마신 비율은 67.2%로 2024년보다 4.9%포인트 낮아졌다. 월평균 음주 횟수도 6.4회로 0.64회 감소했다. 술을 줄인 이유로는 건강 중시가 28.6%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부담(27.9%), 대체 여가 증가(18.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브라운포맨의 셰리 캐스크 숙성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더 글렌드로낙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 사진한국브라운포맨
한국브라운포맨의 셰리 캐스크 숙성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더 글렌드로낙 ‘보인스밀 하우스 에디션’ [사진=한국브라운포맨]


술을 덜 마신다고 고급 주류에 대한 관심까지 낮아진 것은 아니다. 최근 한 달 음주자 가운데 62.6%는 ‘자주보다 가끔이라도 좋은 술을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맛과 품질이 좋다면 더 많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53.9%였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추기보다 원하는 만큼만 마신다는 응답은 67.9%, 정해 놓은 음주량을 지키려 한다는 응답도 66.9%에 달했다. 해외 주류 가운데 새롭게 시도한 제품 역시 프리미엄 위스키와 사케, 수입맥주 등에 집중됐다.
 
대형마트 주류 매대에서도 위스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올해 상반기 양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양주는 와인을 제치고 국내 맥주에 이어 주류 매출 2위에 올랐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지되던 ‘국내 맥주-와인-양주’ 순서가 3년 만에 바뀐 것이다. 같은 기간 블렌디드 위스키 매출은 13.6%, 일본 위스키는 12.6% 늘었다.
 
중간 가격대가 줄어드는 대신 고가 제품의 비중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에서 3만~10만원대 위스키 매출은 전년보다 19% 감소했지만 10만~20만원 제품은 34%, 20만원 이상은 28% 증가했다. 롯데마트에서도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위스키 매출 비중이 2024년 42.9%에서 지난해 49.0%로 높아졌다. 전체 위스키 수입량 감소만 놓고 시장 침체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위스키 소비가 세분화되면서 글로벌 업체들도 한국 시장에서 희소성과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발베니는 이달 초 서울 성수동에서 1931년 증류해 88년간 숙성한 ‘1931 컬렉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17병만 생산된 제품이다. 짐 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는 당시 한국을 “발베니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싱글몰트 부나하벤도 올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21년 캐스크 스트렝스’ 한정판이 판매 시작 약 1시간 만에 준비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줄리앤 페르난데스 부나하벤 마스터 블렌더는 지난 7일 방한해 “한국은 위스키 문화가 성숙하면서 소비자들도 굉장히 현명해졌고 고품질 제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에는 국내에 한정판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무알코올 제품을 찾는 현상도 동시에 강해지고 있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 2030세대의 무알코올 주류 음용 경험률은 2024년 64.2%에서 올해 77.4%로 높아졌다. 최근 한 달 내 무알코올 제품을 마신 비율도 같은 기간 16.6%에서 33.3%로 두 배 수준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위스키 시장은 전체 판매량이 늘기보다 소비가 고급화·세분화되는 흐름”이라며 “2030세대는 음주 빈도는 줄이면서도 한 번 마실 때는 브랜드와 숙성 방식, 희소성까지 따지는 경향이 강해 싱글몰트와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짐 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1일 서울 성수동 S50에서 열린 발베니 ‘1931 컬렉션’ 공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짐 노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가 1일 서울 성수동 S50에서 열린 발베니 ‘1931 컬렉션’ 공개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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