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돌 하나가 도시의 역사가 되고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튀르키예 카파도키아는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응회암을 수천 년의 자연침식과 인간의 손길이 빚어낸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었다. 미국 뉴멕시코의 밴들리어 국립기념물 역시 거대한 응회암 절벽과 그 암석을 이용해 만든 원주민들의 주거 흔적을 핵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목포는 어떨까.
놀랍게도 목포 역시 도시 상당 부분이 ‘응회암 위에 세워진 도시’다.
목포시사 자연환경편에 따르면 목포 시가지 대부분은 응회암으로 이뤄져 있으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발간한 ‘목포도폭 지질조사 보고서’에서는 목포 일대에 분포하는 응회암을 아예 ‘유달산응회암’으로 명명했다.
유달산응회암의 분포 범위도 상당하다.
유달산을 중심으로 북쪽 용당동 목포시청 부근에서 남쪽 영암 삼호 일대까지 이어지고, 동쪽 부흥산에서 서쪽 장좌도와 고하도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목포가 사실상 거대한 하나의 ‘지질박물관’인 셈이다.
□ 화산재가 돌이 됐다…목포 땅속에 숨어 있는 수천만 년의 역사
응회암(tuff)은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화산재와 화산쇄설물이 쌓인 뒤 오랜 시간 압축되고 굳어져 만들어진 암석이다.
목포의 응회암은 유달산과 갓바위 일대에서 특히 잘 관찰된다. 유달산 정상부와 마당바위 주변에서 응회암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갓바위를 이루는 암석에도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암편이 포함돼 있다.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유달산과 갓바위가 단순한 산과 기암괴석이 아니라 목포가 겪어온 거대한 화산활동과 지질변화를 기록하고 있는 ‘자연의 역사책’인 것이다.
여기에 고하도와 장좌도, 달리도 등 섬 지역까지 지질자원을 연결한다면 목포는 산과 바다, 섬과 근대문화유산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지질관광도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 세계는 이미 ‘응회암’을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다
대표적인 곳이 튀르키예 카파도키아다.
네브셰히르·위르귑·아바노스 일대에 펼쳐진 카파도키아는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응회암층이 오랜 세월 침식되면서 ‘요정의 굴뚝’으로 불리는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비교적 가공하기 쉬운 암석을 파내 집과 교회, 수도원, 지하도시를 만들었다.
오늘날 괴레메 국립공원과 카파도키아 암석 유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밴들리어 국립기념물도 마찬가지다.
이곳의 프리홀레스 캐니언 일대에는 거대한 화산폭발로 만들어진 응회암층이 발달해 있다. 선주민들은 비교적 부드럽고 가공하기 쉬운 응회암의 특성을 이용해 절벽에 공간을 파고 주거시설을 만들었으며 응회암을 블록 형태로 가공해 건축에도 사용했다.
지금은 이 ‘돌과 인간의 관계’ 자체가 관광콘텐츠가 됐다.
응회암은 더 이상 흔한 돌이 아니다.
지질과 역사, 건축과 인간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시키는 관광자원이다.
□ 목포에는 ‘응회암으로 지은 건물’도 있다
목포에서 응회암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 가운데 하나가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목포 문태고등학교 본관이다.
1953년 착공해 1958년 준공된 이 건물은 목포 산정동에서 채석한 응회암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건물 중앙부와 양쪽 끝이 돌출된 E자형 구조로, 응회암 표면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듬어 독특한 석재 질감을 살렸다.
특히 중앙부에는 기단에서 처마까지 33개의 응회암을 조적해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을 상징하도록 한 의미까지 담겨 있다.
여기서 목포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이 시작된다.
목포에는 구 일본영사관인 목포근대역사관 1관과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인 근대역사관 2관을 비롯해 수많은 근대건축물이 남아 있다.
근대역사관 2관은 1921년 건립된 2층 석조건축물이다. 이 일대는 2018년 전국 최초로 공간 단위 국가등록문화유산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등록됐으며 면적만 11만4038㎡에 이른다.
다만 이들 석조건축물에 사용된 석재를 모두 목포산 응회암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학술적 근거는 현재 충분하지 않다.
바로 이 부분에서 새로운 관광정책이 시작될 수 있다.
□ 근대 석조건축물 ‘석재 DNA’를 조사하자
목포시가 지역 대학과 지질·건축 전문가 등과 함께 원도심 근대건축물에 사용된 석재를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어떤 건물에 어떤 암석이 사용됐는지, 채석 장소는 어디인지, 유달산응회암 또는 목포지역 암석과 동일한 것인지 과학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문태고 본관처럼 지역에서 채석한 응회암을 사용한 건축물이 추가로 확인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목포의 돌로 목포의 건물을 지었다’는 새로운 도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유달산에서 형성된 지질자원과 원도심 근대건축물이 하나의 관광콘텐츠로 연결되는 셈이다.
□ 유달산→근대역사거리→갓바위→고하도…‘목포 돌길’ 만들자
목포 관광도 이제 보는 관광에서 ‘이야기를 찾아 걷는 관광’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가칭 ‘목포 유달산응회암 지오로드(Geo-Road)’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유달산과 마당바위에서 출발해 노적봉과 원도심, 목포근대역사관 1·2관, 근대역사문화공간을 거쳐 갓바위와 고하도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산정동에서 채석한 응회암으로 지어진 문태고 본관을 ‘목포 응회암 건축유산’의 핵심 거점으로 연결할 수 있다.
각 지점에는 QR코드를 설치해 암석 생성 과정과 건축연도, 석재 가공방법, 목포의 근대사 등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단순히 “이 건물은 오래됐다”는 설명을 넘어 “이 돌은 어디에서 왔으며 언제 만들어졌고 누가 어떻게 건물로 만들었는가”까지 들려주는 것이다.
□ 제주·철원과 다른 목포만의 지질관광 가능성
국내에서도 제주 수월봉을 비롯해 제주 화산지대, 철원 한탄강 일대 등 화산활동이 만든 지형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목포에는 이들과 다른 강점이 있다.
지질과 근대도시의 역사가 한 공간에서 만난다는 점이다.
유달산과 갓바위에서 자연 그대로의 응회암을 보고, 원도심으로 내려와 그 지역에서 얻은 돌이 어떻게 건축재료로 활용됐는지를 살펴보고, 다시 근대역사문화공간에서 목포 개항과 도시 형성의 역사를 만나는 구조다.
여기에 목포의 바다와 섬, 해상케이블카,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연결하면 체류형 관광상품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
□ 카파도키아도 시작은 ‘돌’이었다
관광자원은 반드시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천만 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우리가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던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카파도키아 사람들이 응회암을 파내 집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었다면, 목포 사람들은 지역에서 나온 돌을 이용해 건물을 세웠다.
그리고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목포가 해야 할 일은 없는 관광자원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의 가치를 찾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달산응회암’이라는 이름부터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달산과 갓바위의 자연지질유산, 문태고 본관을 비롯한 응회암 건축유산, 근대역사문화공간을 하나로 연결해 ‘돌이 만든 도시 목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돌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천만 년 전 화산활동부터 개항과 근대도시 형성, 오늘날 목포 사람들의 삶까지 한 도시의 시간을 품고 있다.
그동안 발아래 놓여 있어 미처 보지 못했던 ‘목포의 돌’이 관광객을 목포로 불러들이는 새로운 주춧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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