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따려면 우리한테 돈 태워라"…IPO 딜 기근에 甲乙 바뀐 IB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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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챗GPT]

투자은행(IB) 업계에 딜 기근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관권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 간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치열하다. 급기야 발행사가 증권사에 지분 투자를 주관사 선정 조건으로 내거는 '갑(甲)질'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중견 비상장기업들의 IPO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발행사의 권력 우위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IB 조직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IPO 전담 하우스를 늘렸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더해 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이 높아지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깐깐해지면서 실제 완주로 이어지는 알짜 상장 건수는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과열 경쟁을 틈타 발행사들의 요구사항이 과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부 비상장 기업들은 "우리 회사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라운드에 투자하는 증권사에만 대표 주관사 자격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코스닥 상장 재도전에 나선 한 반도체·전자부품 관련 비상장사 A사는 주관사 교체 및 재선정 과정에서 '증권사의 직접 투자(PI)'를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기존 주관사 및 제안서를 낸 대형 증권사들은 딜을 사수하거나 따내기 위해 난색을 표하면서도 투자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 PT에 참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예비심사 통과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주관권을 얻기 위해 수십억원의 지분 투자까지 집행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도 "하지만 조건마저 안 받아들이면 딜 자체를 놓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본사 투자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투자 조건부 주관사 선정' 관행이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IPO 주관 수수료 수익보다 지분 투입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관사와 발행사 사이의 긴장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분을 투자한 주관사가 발행사의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보다 자신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공모가를 무리하게 높게 책정하려는 이해상충 문제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정한 기업가치 평가와 기업실사를 진행해야 할 주관사가 지분 투자를 빌미로 발행사에 끌려다닐 경우, 공모가 뻥튀기나 엄정한 상장 검증 부실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상장 후 진입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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