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허위종결·기록삭제 의심 25건 더…경찰 '견제장치' 시험대

  • 1인 당직·승인 없는 종결·전산망 단절…사건 처리 구조적 허점

  • 10월 檢 보완수사권 폐지…"부실수사 바로잡을 외부통제 필요"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으로 구속된 A경장이 1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으로 구속된 A경장이 1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을 계기로 경찰 수사의 내부·외부 견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달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의 역할이 확대되는 만큼 부실 수사를 걸러낼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주경찰청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 경장이 처리한 실종 사건 298건을 1차 전수조사해 허위 종결과 기록 삭제 의심 사례 25건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 가운데 10건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허위 내용으로 종결한 정황이 발견됐다. 나머지 15건은 소재를 확인했지만,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교통사고 사망'이나 '변사' 등 허위 사유를 입력해 기록을 삭제한 사례다. 25건의 실종자는 모두 신변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직무유기 등 혐의를 받는 A 경장을 구속 송치했다. A 경장은 지난 5월 30대 여성 장모씨와 7월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당사자들과 연락하지 않고도 안전을 확인한 것처럼 신고자를 속여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는다. 두 실종자는 이후 숨진 채 발견됐다.

A 경장은 경찰 조사에서 "실종자가 일반적인 성인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사건을 종결하지 않으면 챙겨야 할 일이 많아 인계에 대한 부담감으로 허위 종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이 심리분석관 5명을 투입해 분석한 결과 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 가중에 따른 피로감 속에서 비롯된 업무 태만이 주된 범행 배경으로 지목됐다. 경제적 이익이나 실종자에 대한 적대감 등 외부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A 경장의 회피적 대처와 무책임한 태도가 결합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이 범행 동기를 개인의 일탈로 정리한 것과 별개로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다. 제주서부서 실종팀은 4명으로 A 경장은 나흘마다 혼자 야간당직을 섰다. 당시 담당자가 전산상 사건을 단독으로 종결해도 관리자가 즉시 확인하거나 승인하는 절차가 없었다.

서로 다른 경찰 전산망의 기록을 대조하는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A 경장은 장씨 사건을 112 신고 시스템에는 '연락이 닿았다'고 기록했으나,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교통사고 사상자'로 입력했다. 실종자가 살아 있다는 내용과 사망했다는 기록이 동시에 남았지만, 경찰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A 경장은 장씨 사건의 허위 종결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관련 기록을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60대 남성 사건의 경우 다른 직원이 신고 내용을 알고 있어 기록을 지우면 발각될 수 있다고 판단해 '소재 발견'으로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 가족이 다시 실종 신고를 한 뒤에도 경찰은 약 한 달간 기존 기록이 삭제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청 담당 부서가 시스템 관리업체를 통해 삭제 내역을 확인한 뒤에야 제주경찰에 해당 사실이 전달됐다.

경찰은 재발 방지를 위해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 사건 약 31만건을 전수 점검하고, 비대면 종결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실종자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고, 형사과장이 객관적인 자료를 검토한 뒤 사건 종결을 승인하는 절차도 도입한다. 전산 시스템에 관리자 결재 기능을 추가하기 전까지는 수기 대장으로 종결 사건을 관리한다.

문제는 경찰의 수사 권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내부 심사만으로 부실 사건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느냐다. 다음 달 2일부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일반 형사 사건은 경찰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과 보완수사까지 맡는다.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직접 수사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는 없다.

보완수사를 맡을 중대범죄수사청에는 사회적 약자 범죄 전담 조직이 설치된다. 다만 중수청 지방청은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곳에 그친다. 전담 조직도 아동학대와 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중심으로 운영돼 모든 경찰 사건을 다시 살피는 외부 통제 기구로 보기는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보완수사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고, 불송치 사건에 대한 외부 심사와 수사심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원 4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7%가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필요한 대책으로는 78.3%가 보완수사요구 제도의 실효성 강화를 꼽았다.

제주경찰은 추가로 확인된 25건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넘겨 수사 중이다. A 경장이 실종팀에 발령되기 전 형사팀에서 지원한 사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관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잘못된 사건 처리를 내부와 외부에서 발견해 바로잡을 수 있는 통제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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