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가 보내는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 일대를 덮친 대홍수로 사망자가 800명을 넘어섰고 3000여 명이 실종됐다. 마을과 도로, 교량이 순식간에 진흙더미에 파묻혔고 수많은 주민의 삶의 터전이 사라졌다. 아직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고 있어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참사는 단순한 자연재해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지구온난화로 빠르게 녹고 있는 히말라야가 인류에에 보내는 또 하나의 경고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난은 고산지대의 빙하와 암반이 붕괴하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토사가 계곡을 덮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빙하를 녹이고 영구동토층을 약화시켜 고산지대의 지질학적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산악개발통합센터(ICIMOD)에 따르면 힌두쿠시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 손실 속도는 2011~2020년 사이 앞선 10년보다 65%나 빨라졌고 네팔에서는 최근 30년 사이 빙하 부피의 3분의 1가량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이번 대홍수가 보여준 기후불평등이다. 네팔은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거의 없는 나라다. 2024년 네팔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세계 전체의 0.05%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세계 배출량의 30% 이상, 미국도 10% 이상을 차지했다. 두 나라만 합쳐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를 훌쩍 넘는다.
물론 이번 재난의 모든 책임을 중국이나 미국 등 특정 국가에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네팔 역시 무분별한 개발과 하천 주변 시설, 취약한 방재 인프라를 점검해야 한다. 히말라야처럼 급격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빙하와 빙하호를 상시 감시하고 위성·센서 등을 활용한 조기경보 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같은 위험에 노출된 중국과 인도, 네팔 등 인접 국가 간 정보 공유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가난한 국가에 기후위기 적응 비용까지 모두 떠넘긴다면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은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선진국과 주요 배출국들은 탄소 감축 약속을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기후재난에 취약한 국가들이 방재 인프라와 조기경보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기술과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탄소배출이 극히 미미한 네팔이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서 있는 현실을 국제사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특정 산악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네팔에서 벌어진 일이 내일 다른 나라의 홍수와 산불, 가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히말라야의 무너지는 빙하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누가 만들었고, 그 비용은 누가 치르고 있는가. 강대국들이 그 질문에 행동으로 답하지 않는다면 네팔의 참사는 기후불평등 시대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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