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삼중고] 밥상물가 뛰는데 근원물가까지 '꿈틀'…저소득층 삶 더 팍팍해진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료품과 외식 물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의 식비 지출 증가율이 전체 가구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등 고물가 충격이 취약계층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수요 측 물가 압력까지 커질 경우 근원물가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미 높은 밥상물가에 광범위한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서민 가계의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8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항목별로는 식료품·비주류음료가 43만4000원, 외식 등 식사비가 45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소득별로는 하위 20~40%인 2분위의 식비 지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2분위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65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6.9% 늘었다. 이어 1분위 6.1%, 4분위 3.1%, 3분위 2.0%, 5분위 1.8% 순이었다.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식비 지출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이다.

전체 가계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분위가 30.3%, 2분위가 27.2%에 달했다. 소득이 낮을수록 먹거리에 지출해야 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도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주요 먹거리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2분기 기준 쌀(13.2%), 감자(11.1%), 파(10.0%), 달걀(9.0%) 등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쌀은 4분기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달걀은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국내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떡볶이(4.0%), 삼각김밥(4.0%), 짜장면(3.9%), 해장국(3.8%) 등 비교적 저렴한 외식 메뉴 가격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0%)을 웃돌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키웠다.

문제는 이 같은 먹거리 물가 불안에 근원물가 상승 압력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내수로 확산되면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커질 경우 근원물가 상승세가 확대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넘어설 경우 일부 품목에 국한됐던 가격 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30일 발표한 '수요주도 물가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향후 수요 압력이 확대되면서 국내 근원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2000년 이후 수요 측 압력과 근원물가 상승세가 동시에 나타난 '수요주도 고근원물가기'가 네 차례 있었다고 분석했다. 카드사태 이전인 2002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 금융위기 회복기인 2011년, 팬데믹 충격 회복기인 2022~2024년이다.

이들 시기에는 가계 구매력이 개선된 뒤 소비가 늘고 물가가 오르는 흐름이 나타났다. 수요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넘으면 개별 품목 간 가격 동조성이 급격히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압력이 근원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수요 국면에서 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되면 근원물가 상승률이 약 0.1~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충격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은 고수요 국면에서 최대 0.6%포인트까지 확대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도 변수다.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로 늘어난 구매력이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경우 근원물가에 0.05~0.2%포인트의 추가 상방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다만 소득 증가분이 저축이나 자산 취득으로 이어지면 물가 전가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송병호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장은 "현재 상황이 과거 수요주도 고근원물가기와 상당히 비슷한 측면이 많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송 팀장은 "비용 충격의 전이는 상반기에도 일부 조짐이 나타났었고 수요 압력도 이제 점점 확대되는 그런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흐름을 판단할 때 경기 회복세뿐 아니라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증가가 소비로 파급되는 속도와 강도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원물가 상승이 광범위한 품목으로 확산돼 고착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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