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를 보다 보면 "대손충당금 부담이 상반기 순이익을 감소시켰다"는 표현을 종종 보게됩니다. 돈을 잘 벌었는데 충당금을 많이 쌓았다는 이유로 이익이 줄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대손과 대손충당금은 다르다
우선 '대손'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대손은 쉽게 말해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물건을 외상으로 판매하거나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면 나중에 받을 돈이 생깁니다. 하지만 거래처가 부도나거나 대출을 받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확정되면 해당 채권을 대손 처리합니다.
대손이 '못 받는 것으로 확정된 돈'이라면 대손충당금은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돈' 입니다. 아직 손실이 확정되기 전에 앞으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금액을 추정해 미리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현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비용을 인식하는 시점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감가상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받을 돈 100만원 가운데 10만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미리 반영하는 것이 대손충당금입니다. 아직 실제로 10만원을 떼인 것은 아니지만, 손실 가능성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해 놓는 것입니다.
아직 돈을 떼이지도 않았는데 왜 이익이 줄까
아직 실제로 돈을 떼인 것도 아닌데 왜 충당금을 쌓으면 기업의 실적이 나빠질까요. 회사가 대손충당금을 새로 쌓으면 그만큼을 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앞선 사례에서 10만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설정했다면 이 금액이 비용으로 반영돼 이익도 줄어듭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습니다. '충당금 환입'입니다. 10만원을 못 받을 것으로 예상해 충당금을 쌓았는데 거래처의 사정이 좋아져 돈을 받을 가능성이 다시 커진다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충당금은 다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 가운데 1102억원이 올해 환입되면서 순이익 증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거 비용으로 반영했던 금액이 되돌아오면서 올해 상반기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 셈입니다.
충당금 많으면 나쁜 회사일까
충당금을 많이 쌓는 회사는 무조건 좋지 않은 회사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지만, 동시에 충당금 적립 규모도 일제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에 대비해 회사가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은 비용이 늘어 이익이 줄어들지만 미래의 손실 가능성을 재무제표에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외에 대손충당금이 갑자기 크게 증가했다면 거래처의 부실이 늘거나 은행의 대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연체율이나 부실채권이 함께 증가하고 있다면 미수 채권 규모, 부실 여신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충당금 규모 하나가 아닙니다. 왜 충당금이 늘었는지, 실제 부실이 함께 늘고 있는지, 반대로 충당금 환입으로 이익이 커진 것은 아닌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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