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24일 8% 넘게 급락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21일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0조원 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는데도 투자자들 반응은 냉랭했다. 앞서 SK하이닉스 주가가 40조원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 발표 직후 12% 넘게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선 주주환원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법) 규제로 자사주 소각 계획을 내놓지 못한 게 주가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만4500원(8.70%) 내린 2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8.55% 내린 18만9300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13.09%), 삼성물산(-7.84%)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주가 급락은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은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이다. 먼저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SK하이닉스 주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주주환원책 발표 이후 이틀간 주가가 15%가량 크게 올랐다. 이날 장중에도 179만2000원까지 올랐으나 장 막판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전 거래일 대비 5만9000원(3.41%) 내린 16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90조~110조원 규모의 2026년 주주환원 계획을 내놨으나 자사주 소각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약 30조원은 3분기 정규배당을 포함한 현금배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조~80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방식과 규모는 향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절대적인 규모는 역대 최대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반도체 업황 호조와 영여현금흐름(FCF) 급증이 추가 환원으로 얼마나 연결될지에 주목해왔다”며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프라이즈 환원’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기백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주주환원이라는 재료가 소멸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산법 규제가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지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추가로 소각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율이 금산법상 한도인 10%를 넘어설 수 있어 보통주 자사주 소각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약 8.51%, 1.49%로 합산 약 9.99%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두 금융계열사 지분율이 10%를 넘어설 수 있다.
DS투자증권은 이 같은 제약을 감안해 내년 1월 집행될 잔여 주주환원 재원 약 70조원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10조~20조원으로 추정했다. 나머지 50조~60조원은 배당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 계열사의 블록딜에 따른 지배력 저하를 우려해 주주환원 재원 100%를 배당에만 투입한다면 SK와 비교해 주주환원의 질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삼성전자 주가 급락을 주주환원 문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와 반도체주 차익실현 등 대외·수급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삼성그룹주 급락으로 전 거래일 대비 215.99포인트(3.12%) 하락한 6696.96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코스닥은 11.39포인트(1.42%) 오른 813.33을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여타 업종으로 순환매가 전개되면서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장 전반이 약세라기보다는 삼성 계열사 주가 하락에 따른 지수 조정 성격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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