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신간] 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

  • 잠들기 전 마지막 생각이 내일을 결정한다

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
 

유품정리사가 좋은 죽음을 묻습니다=길해용 지음, 마이라이프.
 
2012년부터 유품정리사로 일해 온 저자는 홀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그들의 삶의 궤적을 유추한다. 책에 실린 16편의 이야기는 연민을 강요하지 않는다. 고독사 현장에서 만난 16명의 이야기를 '르포'로 풀어내며, 관계의 단절과 죽음에 대해 말한다.  

겨울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서른의 여성, 성년이 되던 해 2월 세상을 떠난 만 19세 청년, 고시원에서 홀로 숨진 기러기 아빠 등 저자는 이들이 남긴 유품에서 생전의 삶을 읽어낸다. 고독사는 개인만의 비극이 아니다. 관계가 끊기고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이들의 현실이다. 

품바 타령으로 삶을 근근이 생계를 이어오던 한 고인이 남긴 유서는 먹먹하다. "항상 조금만 손해 보면 복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저의 선택이 틀렸네요. 빚만 지고-저희 업계도 이제 끝났네요. 진짜 미안한 것은 주인집 할머니, 사모님, 죄송합니다." 마지막 순간 고향 친구를 떠올린 사람, 자신이 떠난 뒤 남겨질 반려 동물을 걱정한 사람도 있다.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나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 '연락이 끊겼을 때 나를 찾을 사람은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등의 질문이 뒤따른다. 

"잠깐 상상해 보면 그들은 죽기 얼마 전부터 누군가를 기다렸습니다. 그들의 죽음에는 기다림, 적막감 등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고인이 살았던 시간과 공간의 모습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온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낡은 사진 한 장으로, 또 누군가는 끝내 보내지 못한 문자메시지로 남았습니다. 어떤 분은 "미안합니다"라는 짧은 유서 한 줄로 자신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결국 사람은 죽음으로만 기억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무엇을 남겼는가', '누구를 그리워했는가'로 기억된다고 봅니다."  (7쪽) 
 
잠들기 전 마지막 생각이 내일을 결정한다


잠들기 전 마지막 생각이 내일을 결정한다=김범준 지음, 웨일북스.

잠들기 5분 전 펼쳐보는 책이다. <오십에 읽는 장자> 등을 쓴 저자는 "잠들기 전 마지막 생각이 내일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밤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눈이 충혈된 어느날, 저자는 우연히 펼친 <니코마코스 윤리학> 의 한 문장에 꽂혔다. "덕은 반복적 행위를 통해 형성된다.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삶 전체의 습관이 인간을 좋게 만든다." 이후 매일 밤 한 명의 철학자와 대화했다.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장자, 한나 아렌트 등 동서양 사상가 30명의 철학을 일상의 장면과 엮었다. 새벽 3시반, 끝내지 못한 보고서 생각에 뒤척이다 냉장고 앞에서 치킨을 집어 들려는 순간,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를 떠올린다. '지금의 허기는 정말 배고픔인가, 불안인가, 보상심리인가'에 대한 답을 찾다 냉장고 문을 닫는다.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긴 날에는 에피쿠로스의 쾌락론을 돌아본다. 욕구를 채우는 순간의 자극적인 ‘동적 쾌락’보다 욕구가 사라진 뒤 찾아오는 평온한 ‘정적 쾌락’에 주목한다. 운전 중 끼어든 차에 분노가 치밀 때는 세네카를 불러낸다. “분노는 모든 감정 중 가장 추악한 것이다.” 세네카가 제시한 처방은 ‘모라(mora)’, 즉 지연이다. 화가 솟구치는 순간, 바로 반응하지 말고 잠시 멈추라는 것.

30명의 철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저자가 발견한 공통의 가르침은 '절제', 즉 멈추고 비우는 힘이다. 하루의 마지막을 스마트폰 속 쏟아지는 알고리즘으로 꽉 채우는 대신, 저자는 철학자의 한 문장을 곱씹는 5분의 짧은 멈춤이 내일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쾌락을 아는 것과 쾌락에 끌려가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에피쿠로스를 쾌락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그가 쾌락을 많이 누렸기 때문이 아니라, 어떤 쾌락이 진짜인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빵과 물이 가져다주는 평온이 연회의 흥분보다 낫다는 것을 아는 것, 맥주 일곱 잔의 흥분보다 물 한 잔의 명료함이 낫다는 걸 아는 것. 그것이 에피쿠로스식 쾌락주의다."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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