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 짝퉁과의 전쟁] 상표권 침해 대응에 AI로 가품 모니터링까지…"K브랜드를 지켜라"

  • 삼양식품, 10년 도전 끝 '불닭·Buldak' 상표권 확보

  • 뷰티업계 AI 모니터링·QR 인증…해외 소송도 불사

  • 지식재산처 브랜드 신고센터·지킴이 가동 지원사격

네팔 포카라의 한 대형 마트 라면 매대에서 발견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왼쪽과 현지 업체 한국HANKOOK의 유사 제품 현지 제품은 검은색 패키지와 닭 캐릭터 핵불닭볶음라면 문구 등 한국 제품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사용했다 사진김현아 기자
네팔 포카라의 한 대형 마트 라면 매대에서 발견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왼쪽)과 현지 업체 '한국(HANKOOK)'의 유사 제품. 현지 제품은 검은색 패키지와 닭 캐릭터, '핵불닭볶음라면' 문구 등 한국 제품 디자인을 연상시키는 요소를 사용했다. [사진=김현아 기자]


K-브랜드의 글로벌 인기에 편승한 위조상품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브랜드 보호를 위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해외 상표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온라인 모니터링과 정품 인증, 현지 소송까지 대응 방식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최근 대표 브랜드 '불닭'의 국문과 영문(Buldak) 국내 상표권을 최종 확보했다. 불닭볶음면 출시 이후 약 10년간 노력한 끝에 핵심 브랜드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상표권 확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삼양식품은 과거 '불닭' 상표를 출원했지만 2008년 특허법원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자연어이자 보통명칭이라는 이유로 독점 사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3년 국문과 영문 상표를 다시 출원했지만 등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올해 2월 재출원한 끝에 영문 'Buldak'은 라면과 소스류, 국문 '불닭'은 라면 제품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했다.

불닭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해외에서 유사 제품이 잇따라 등장한 점도 상표권 확보 필요성을 키웠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은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 주재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전 세계 88개국에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27개국에서 분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양식품은 해외 모방품을 대상으로 경고장을 발송하고 분쟁조정 신청, 지식재산처 신고, 압류신청서 제출 등 강경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K-뷰티 업계는 AI 기술 등을 활용한 가품 감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에이피알은 AI 기반 이미지 모니터링 업체와 협력해 국내외 오픈마켓에서 메디큐브 가품 판매 여부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 위법 사례는 증거를 확보해 법적 대응하고,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에는 제품별 고유 QR을 활용한 정품 인증 시스템을 적용했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공식 판매처 인증 제도와 AI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을 운영하고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위조상품을 차단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국내외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상시 점검하며 정부 기관 및 온라인 플랫폼과 가품 유통 차단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선 기업도 있다. 브랜드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사내 지식재산권(IP) 전담 조직과 글로벌 브랜드 보호 전문업체를 통해 위조상품 탐지와 게시물 삭제 절차를 자동화했다. 미국에서는 위조품 판매자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인도에서는 법원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가품 대응이 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에이피알은 가품 단속 등에만 매달 수천만 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품이 중국 등에서 생산된 뒤 아마존·이베이·틱톡샵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여러 국가로 유통되면서 개별 기업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경로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K-브랜드의 해외 영토가 넓어질수록 상표권 확보와 가품 감시·단속 역시 글로벌 사업을 위한 필수 비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정부도 K브랜드 보호를 위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식재산처는 지난달 '가짜 K-브랜드 신고센터'와 'K-브랜드 지킴이'를 도입했다. 해외 매장과 온라인 플랫폼, SNS 등에서 발견한 위조상품이나 모방 매장을 신고하면 전문가 검토를 거쳐 해당 기업에 안내하고 필요시 현지 법률 대응까지 연계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가인증상표에 민간 정품인증기술을 결합한 'K-브랜드 정부인증제도'를 시행해 해외 소비자가 직접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K-상표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이를 모방하거나 무단으로 편승하려는 시도에 대한 정부의 실효적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제는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국민과 소비자가 함께 가짜 K-상표를 신고하고, 정품 구매 문화를 확산시키는 등 해외에서 K-상표를 더욱 촘촘히 보호하기 위한 입체적 대응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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