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3.2%로 0.7%포인트 대폭 상향했다. 상향 폭 가운데 0.6%포인트가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 등 반도체 호황의 직·간접 효과로 분석됐다.
KDI는 19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3.2% 증가한 뒤 2027년에도 2.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지난 5월 1.7%에서 0.5%포인트 높였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지난달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3.0%보다 0.2%포인트 높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내놓은 2.6%보다는 0.6%포인트 높고,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지난달 말 기준 8개 주요 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인 3.2%와 같은 수준이다.
또 하루 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5%로 전망하면서 반도체 호황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 상향분 0.7%포인트 중 반도체와 관련 산업의 기여분을 약 0.6%포인트로 추산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분과 함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설비투자와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 효과까지 반영한 수치로, 전체 성장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을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올 2분기 GDP는 수출과 내수가 함께 증가하면서 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했다. 반도체 수출가격이 급등하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고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은 GDP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을 전제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이 올해 302.0%, 내년 3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 전망은 종전보다 4.1%포인트 높은 8.7%로 제시했다. 상품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8.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기존 3.3%에서 7.9%로 4.6%포인트 높였다. 2027년 설비투자 전망도 2.4%에서 7.0%로 상향했다.
반도체 가격과 수출액 상승으로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3597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종전 전망보다 1207억 달러 확대된 규모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도 2137억 달러에서 3562억 달러로 1425억 달러 높였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의 효과는 이번 전망에 포함되지 않았다.
민간소비는 올해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질총소득이 크게 늘었지만 소득 증가가 반도체 관련 기업과 업종에 집중되고 실질임금과 고용 개선이 더딘 점을 반영해 종전보다 0.1%포인트 높이는 데 그쳤다.
지방 주택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의 영향으로 건설투자는 0.1% 증가에 머물 전망이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종전 17만명에서 11만명으로 6만명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7%를 유지했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성과가 민간소비나 고용 같은 다수 가계의 소득으로는 아직 충분히 확산되지는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글로벌 AI 투자 수요 위축과 다른 생산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의 관세정책,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 등을 하방 위험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업황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경우 성장률 전망의 수정 폭도 평년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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