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돈…요구불예금 회전율 두 달째 하락

  • 5월 요구불예금 회전율 21회…전월대비 2.1회↓

  • 5대 은행 정기예금 1000조 육박…시중자금 예금으로 이동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증시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가계와 기업이 투자와 소비 등 자금 집행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갈 곳을 잃은 시중자금 일부는 금리가 오른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1회로 집계됐다. 전월 23.1회보다 2.1회 감소한 수치로 지난 2월(19.1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금 회전율은 평균 잔액 대비 인출 금액의 비율로, 일정 기간 예금이 몇 차례 인출·이체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회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이 투자나 소비 등 다른 용도로 이동하는 속도가 그만큼 느려졌다는 의미다.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해 말 23.6회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올해 1월 21.4회, 2월 19.1회로 낮아졌다. 3월 23.5회로 반등했지만 4월 23.1회, 5월 21회로 다시 2개월 연속 낮아졌다. 기업들이 상거래 대금 결제나 투자 등을 위해 주로 사용하는 당좌예금 회전율도 5월 632.8회로 떨어지며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600회대로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서 가계와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나 자금 집행보다 현금성 자산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은행권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굳이 위험자산으로 자금을 옮길 유인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일간 수익률 변동성은 3.6%로 지난해 1.4%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실제 시중 자금은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와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7일 기준 994조7026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말 949조3998억원과 비교하면 45조3028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서만 지난달 말 984조9399억원보다 9조7267억원 증가했다.

반면 대표적인 단기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6월 말 722조2928억원에서 이달 7일 666조1489억원으로 56조1439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 잔액 자체는 크게 줄었지만 남아 있는 자금의 회전 속도도 함께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투자나 소비로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일부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으로 옮겨가고 일부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금리도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적극적인 투자나 자금 집행을 미루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며 "당분간 정기예금으로 자금 이동과 요구불예금 회전율 둔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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