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출하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에 힘입어 2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시장이 '물량 경쟁'에서 '가치(Value)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모습이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은 중국 업체들은 원가 부담과 수요 둔화의 이중고를 겪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090억달러를 기록하며 2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출하량은 감소했지만 ASP가 전년보다 17% 오른 400달러를 기록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ASP 역시 2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시장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출하량 확대가 성장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와 가격 인상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과 부품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스마트폰 업체들도 원가 부담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피 자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출하량보다 가치 성장이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엔트리급 시장은 축소되고 원가 부담은 커지면서 제조사들이 물량 확대 대신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고용량 모델 비중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할부와 보상판매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신흥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기업은 애플이었다. 애플은 2분기 매출 점유율 4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고 출하량과 ASP도 각각 13%, 8% 늘었다.
아이폰17 시리즈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기본형 아이폰17과 아이폰17 프로 맥스 판매가 기대 이상을 기록하면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판매 구성이 유지됐다. 경쟁사들이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크게 인상한 것과 달리 애플은 주요 모델 가격을 유지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성공했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서치디렉터는 "애플은 메모리 공급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고 원가 상승도 자체적으로 흡수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했다"며 "중국과 유럽, 신흥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졌고 안드로이드 제조사의 가격 인상으로 상대적 경쟁력이 더욱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매출 점유율 16%로 2위를 기록했다. 매출과 출하량은 각각 9% 증가했고 ASP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갤럭시 A 시리즈의 견조한 판매가 출하량 증가를 이끌었고, 갤럭시 S26 시리즈 판매 호조가 프리미엄 제품 실적을 뒷받침했다. 중동·아프리카와 북미 시장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기반으로 원가 상승 영향을 경쟁사보다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일부 제품군만 선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면서도 ASP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출하량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원가 부담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샤오미는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출하량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출하량은 26%, 매출은 17% 줄었지만 ASP는 13% 상승했다. 그러나 엔트리·중저가 제품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 탓에 메모리 가격 상승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았고, 가격 인상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ASP 상승 효과가 출하량 감소를 만회하지 못했다.
오포와 비보도 상황은 비슷했다. 두 회사 모두 ASP는 각각 9%, 13% 상승했지만 매출은 각각 10%, 11% 감소했다. 특히 비보는 상위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ASP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 비중이 커 판매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모두 제품 포트폴리오를 프리미엄 중심으로 재편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메모리 공급 부족과 부품 가격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과 프리미엄 중심 전략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시장의 더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반기에는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평균판매가격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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