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여러분은 모나크의 신입 요원입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고 모니터에는 미확인 거대 생명체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놀이기구를 기다리던 관람객들은 어느새 비밀 연구 조직 '모나크(MONARCH)'의 신입 요원이 된다.
이달 24일 문을 연 신규 어트랙션 '콩X고질라: 더 라이드'.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몬스터버스’ 세계관을 대기 공간부터 탑승, 퇴장 동선까지 구현한 다크라이드다.
◆ 대기 줄에서 시작되는 모나크 임무
입구를 지나자 연구실과 정비 시설, 탐사 장비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벽면에는 타이탄 관련 자료가 빼곡히 붙어 있고 곳곳에서는 경고음과 기계음이 흘러나온다.
이 공간의 이름은 'M-42'. 영화 속 비밀 조직 모나크의 42번째 기지라는 설정을 담았다.
프리쇼 영상이 시작되자 임무가 주어진다. 미지의 지하 세계 '할로우 어스(Hollow Earth)'로 들어가 타이탄을 조사하라는 내용이다.
대기 줄을 따라 새로운 연구 장비와 영상이 차례로 나타난다. 영화를 보지 않은 관람객도 프리쇼에 도착할 무렵이면 모나크와 타이탄, 할로우 어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탑승장에는 영화 속 공중 탐사선 '히브(H.E.A.V.)'를 본뜬 8인승 비클이 대기하고 있다. 두 대가 한 조를 이뤄 출발한다.
바닥에는 레일이 보이지 않는다. 정해진 선로 없이 움직이는 트랙리스 방식이다. 비클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상하기 어려워 출발을 앞두고 안전바를 다시 움켜쥐게 된다.
◆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콩
안전바가 내려가고 주변이 어두워진다. 탐사선은 이내 할로우 어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초반에는 동굴을 지나며 타이탄의 흔적을 세심히 살핀다. 좌석으로 전해지는 낮은 진동과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긴장감이 밀려든다.
조명이 켜지자 거대한 콩 애니매트로닉스가 비클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트랙션에 설치된 애니매트로닉스는 최대 높이 5m, 폭 11m에 이른다. 거대한 손가락이 움직이고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떨린다. 여기에 거친 숨소리까지 더해지자 실제 거대 생명체가 비클 앞을 가로막은 듯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이어 22m의 초대형 스크린 전체가 푸른 빛으로 뒤덮이며 타이탄들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화산이 폭발하고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혼란 속에서 탐사선은 전장 한가운데로 끌려 들어간다.
스크린 속 공격과 동시에 비클은 뒤로 밀리고 몸체를 크게 튼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에서는 화면과 바람, 비클의 기울기가 한꺼번에 맞물린다. 실제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시설은 아니지만 화면과 바람, 비클의 기울기가 겹치면서 몸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속도는 빠르지 않다. 대신 스크린 속 공격과 비클의 회전·진동을 촘촘히 맞췄다. 시선은 스크린에서 실물 조형물로, 다시 영상 속 전투로 옮겨간다. 화면과 현실 공간을 번갈아 활용하면서 다음 장면을 예상하기 어렵게 만든다.
위기가 지상으로 번지자 고질라가 푸른 방사열선을 내뿜으며 등장한다. 타이탄들의 전투가 이어지는 사이 탐사선은 거대한 발과 꼬리 사이를 피해 방향을 틀며 전투 한가운데를 통과한다.
◆ 11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
탑승 시간은 약 11분이다. 다크라이드로는 긴 편이지만 시간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타이탄이 등장하고, 잠시 움직임이 잦아드는가 싶으면 비클이 다시 방향을 튼다. 화산과 폭포, 동굴과 전투 장면이 빠르게 바뀌면서 시선은 쉴 새 없이 다음 장면으로 향한다.
안전바가 올라간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벌써 끝났나"였다.
롤러코스터처럼 강한 속도감이나 급강하를 기대했다면 다소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다. 대신 영화 속 세계를 직접 이동하는 듯한 체험에 초점을 맞춰 화면과 실물 조형물, 비클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재미를 살렸다.
◆ 3년 10개월 개발·단일 시설 최대 투자
‘콩X고질라: 더 라이드’는 기획과 개발에 약 3년 10개월이 걸렸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3층 약 5124㎡(1550평) 공간에 들어섰으며, 총주행거리는 약 320m다. 비클은 총 16대(8개 세트)가 운영된다.
최대 길이 22m의 초대형 스크린과 최대 높이 5m·폭 11m의 애니매트로닉스, 그리고 이를 구동하는 고성능 영상 장비 39대 등을 갖췄다.
권오상 롯데월드 대표이사는 "과거 파라오의 분노에 투입된 500억원가량이 역대 최대 규모였는데 이번에 그 이상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제작에는 미국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와 일본 도호, 미국 다크라이드 전문기업 샐리 다크라이드가 참여했다. 레전더리의 ‘몬스터버스’ 세계관을 멀티미디어 다크라이드로 구현한 세계 첫 사례이자, 롯데월드가 외부 영화 IP를 활용해 선보인 첫 어트랙션이다.
기술의 핵심은 비클과 영상의 정밀한 연동이다.
권 대표는 "트랙리스 시스템은 비클이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영상 속 상황과 움직임을 정밀하게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관람객이 화면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국내 제작 트랙리스 어트랙션 가운데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탑승 뒤에는 대형 포토존과 한정판 굿즈숍으로 동선이 이어진다. 어트랙션 주변에는 전용 식음료 매장인 ‘타이탄스낵’과 ‘비스트스테이션’도 마련됐다.
권 대표는 "지난 4월 문을 연 메이플아일랜드존에 이어 차별화된 콘텐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글로벌 IP를 바탕으로 영화 팬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과 2030 영어덜트까지 방문층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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