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생존의 조건⑤] 일레븐건설 살린 유엔사…1.3조 PF 상환까지 '현금화' 관건

  • 오피스텔 흥행으로 반등했지만 진짜 승부수는 420가구 아파트…'원 프로젝트' 전략 시험대

더파크사이드 조경도 사진더파크사이드 분양 홈페이지 갈무리
용산 유엔사 부지 개발사업인 '더파크사이드 서울' 조경도 [사진=더파크사이드 분양 홈페이지 갈무리]

용산 유엔군사령부(유엔사) 부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온 국내 1세대 디벨로퍼 일레븐건설이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핵심 자회사인 용산일레븐의 실적이 반영되면서 연결 순이익은 1800억원을 웃돌았다. 다만 영업활동에서는 1000억원 넘는 현금이 빠져나갔다. 장부상 반등을 실질적인 재무 개선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오피스텔 분양대금과 공동주택 임대보증금을 회수해 1조3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076억5600만원, 당기순이익 1836억6800만원을 기록했다. 2022년 이후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실적 반등을 이끈 것은 유엔사 부지 개발을 담당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용산일레븐이다. 용산일레븐은 지난해 오피스텔 분양 등에 따른 매출을 인식하면서 매출 2161억3400만원, 당기순이익 1332억2200만원을 올렸다. 연결 순이익의 상당 부분이 용산 프로젝트에서 나온 셈이다.

순이익에는 이월결손금과 관련한 이연법인세자산 인식 효과도 반영됐다. 향후 과세소득 발생 가능성을 전제로 법인세 비용이 줄면서 당기순이익이 확대된 것이다. 영업이익은 개선됐지만 순이익 증가분 전체를 현금 유입을 동반한 영업 성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일레븐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시장 경색 속에서 신규 사업을 넓히기보다 유엔사 부지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 회사의 최대 사업인 ‘더파크사이드 서울’은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조552억원에 매입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4만4935㎡ 부지에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호텔, 업무·판매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2027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첫 시험대는 지난해 공급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더파크사이드 스위트’였다. 평균 1.6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사업 성과는 실제 계약과 분양대금 회수 속도에 달려 있다.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이 계획대로 들어와야 PF 원리금 상환과 후속 공사비 지급도 원활해진다.

회사의 다음 승부처는 공동주택 420가구다. 대형 평형 위주의 고급 주거상품으로, 오는 9월 민간임대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일정 기간 임대로 운영한 뒤 분양 전환하는 구조다.

민간임대로 공급하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 시장 상황과 상품성에 맞춰 가격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당장의 현금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향후 분양전환 가격보다 임차인 모집을 통해 들어오는 임대보증금이다. 공동주택 공급과 보증금 유입 시점이 PF 만기와 맞물리는 만큼 임대 수요 확보가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부상 흑자와 달리 현금흐름에는 부담이 남아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067억2200만원 순유출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영업활동으로 들어온 현금보다 사업비와 공사비 등에 투입된 자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재고자산도 2조원을 웃돈다. 감사보고서상 미완성주택은 5654억원, 용지는 1조2352억원 규모다. 분양미수금도 1609억원에 달해 회계상 인식한 매출이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는 데 시차가 발생하고 있다.

연결 기준 차입금은 약 1조7000억원, 부채비율은 200% 안팎이다. 특수관계자로부터 빌린 자금도 약 1000억원으로 늘었다. 용산 개발사업 본PF 약 1조3000억원은 2027년 만기가 도래한다.

유엔사 부지에서 발생하는 현금을 얼마나 빠르게 차입금 축소에 투입하느냐에 따라 이자 부담과 신규 사업 여력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피스텔 분양 잔금과 공동주택 임대보증금 회수가 늦어지면 만기 연장이나 차환 과정에서 금융비용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용산 밖의 기존 사업에서도 자금 회수가 필요하다. 전남 해남군 ‘파크레스트해남’과 경기 김포시 ‘고촌센트럴자이’에는 아직 미분양과 분양미수금이 남아 있다. 용산에서 대규모 이익을 인식하더라도 다른 사업장에 묶인 자금이 풀리지 않으면 회사 전체의 현금흐름 개선 속도는 제한될 수 있다.

일레븐건설은 유엔사 부지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손익계산서상 반등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2조원대 재고자산과 1조원대 PF가 남은 만큼 회복의 완성 여부는 매출과 순이익보다 실제로 들어오는 현금에 달렸다.

오피스텔 분양대금과 공동주택 임대보증금이 PF 상환과 차입금 감축으로 이어진다면 유엔사 부지는 일레븐건설을 위기에서 꺼낸 대표 사업으로 남을 수 있다. 자금 회수가 늦어질 경우 회사 전체가 단일 프로젝트의 일정과 금융시장 상황에 좌우되는 집중 위험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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