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 칼럼] K-방산 수출 증대가 한국 외교의 지상 목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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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최근 정부의 러시아와 관련된 외교 행보를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적지 않다. 지난 6월 브뤼셀에서 이 대통령이 한·EU 정상회담을 하고 난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양측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를 규탄하고 특히 ‘완전한 휴전’을 촉구하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와 대러 제재의 일관된 이행이 중요하다고 하였으며, 북·러 군사협력을 불법이라고 하면서 이를 규탄했다. 이 대통령은 또한 7월 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하여서는 실제 방산 수요가 있는 나토 회원국들과 양자 회담을 했으며, 나토와는 방산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나토 조달협정' 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對 NATO 접근의 국제정치적 함의
 
이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5년에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예상과는 달리 참석하여 이전 정부가 하였던 것 이상으로 나토와의 연대와 협력을 적극 시도하였다. 이번 정상회의에 인도·태평양 협력국 4개국(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중 다른 나라들은 국방장관이 참석하고 한국만 정상이 참석하였다. EU와 나토는 거의 동일체이므로 먼저 지난 6월 한·EU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놓고 설명해 보고자 한다. 공동성명 중 ‘완전한 휴전’이라는 표현을 살펴보면 서방은 러시아가 자신이 말하는 ‘특수 군사작전’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서방이 ‘완전한 휴전’을 촉구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그만큼 어렵게 만들어, 즉, 전쟁의 장기화를 통해 러시아의 약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대러 제재의 효과적이고 일관된 이행이 긴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한다(We share a common view that the effective and consistent implementation of sanctions is of crucial importance)’라는 부분은 한국이 자신이 취한 대러 제재를 자율적으로 해제하지 못하고 결국 유럽연합을 의식하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NATO와 관련해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한국은 단순히 무기 수출을 넘어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로서 유럽·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가 상호 연계되어 있다면서 방산 분야에서 나토와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의하였다. 그러한 방향에서 한·나토 방산 협력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였다. 한·EU 공동성명을 작성하면서 표현과 문구 하나하나의 함의가 무엇인지,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방산 협력 강화의 국제정치적 결과가 어떤 것인지 등을 심도 있게 다각적으로 생각해 보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누가 보더라도 반러시아적으로 해석되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러 측으로부터 반응이 없을 리 없다. 지난 16일 러시아 외교부는 주러시아 한국대사를 초치하여 한국이 나토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국대사는 한국이 나토와 군사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방산시장 확대 차원에서 협력하는 것이란 취지로 설명하였다고 한다. 한국은 단지 나토 국가들에 한국 무기를 더 많이 팔겠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단순히 무기 수출을 넘어서 NATO와 안보 분야에서 연대하겠다’는 대통령실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한·EU 공동성명은 러시아를 화나게 하고, 주러시아 대사의 설명은 나토가 한국을 다시 보게 할지 모른다.
 
국제사회의 방산시장은 어떻게 돌아가나?
 
이와 같은 일련의 외교 행보가 무기 세일즈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국제 방산시장에서 흔히 "무기는 정치적 상품"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 상품은 시장경제의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지만, 무기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경제 논리보다 정치·군사·외교 논리가 우선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무기 구매 결정 요인을 크게 기술적 요인, 경제적 요인, 전략적 요인, 정치적 요인의 네 범주로 구분하는데 일반 상품과 가장 다른 것은 후자의 두 범주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치·외교 관계인데 무기 구매는 사실상 외교정책의 연장이다. 구매국은 단순히 장비를 사는 것이 아니라 공급국과 수십년간 군사협력 관계를 맺게 된다. 따라서 구매국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가장 믿을 수 있는 동맹은 누구인가?"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편 무기는 평시가 아니라 전시를 대비해 사는 것이다. 따라서 구매국은 전쟁이 발발하여도 부품을 계속 공급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공급망의 안정성이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한 나토 국가들은 나토 표준을 중시하는데, 예를 들어 탄약 규격, 통신체계, 데이터 링크, 피아식별장치 등이 완전히 호환되어야 하므로 나토 국가끼리의 거래를 상대적으로 편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무기 거래의 이러한 특성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유럽연합 또는 나토와의 정치·외교적 관계를 장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을까? 그렇다면 러시아와의 관계는 안중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간 정부의 입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대러 관계의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것인데, 이번 한·EU 공동성명을 보면 한국은 앞으로 대러 제재를 해제할 때 유럽연합과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대러 관계의 회복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가능성을 알고도 그렇게 행동한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가능성이 현 정부의 외교 사고에서는 아예 고려조차 안 된 것인가?
 
중국에 대해서는 어떤가? 2020년대에 들어와 나토는 중국의 군사력 확장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 증가로 인해 중국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기 시작하였으며 실제로 2022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체계적인 도전(systematic challenge)’으로 규정하였다. 지난 6월 한·EU 공동성명 제11항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역에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하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현상 변경을 위한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중국으로서는 불쾌해할 내용이다. 그런데, '중국이 남중국해에 구단선(九段線)을 긋고 영유권 90%를 주장한 것은 부당하다'라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 10주년을 맞아 중국에 이를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지난 12일 나왔다. 나토 회원국 다수와 인도·태평양 협력국 중 일본, 호주, 뉴질랜드 3개국 등이 이 성명에 참여하였다. 반면 불과 며칠 전 "유럽·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안보는 불가분"이라는 나토의 입장에 동조하며 정상회의는 물론 방산 포럼 등 부대 행사에도 참석한 한국은 성명 발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물론 나토 노선에의 동참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쉽게 관찰되는 것은 한국의 행동에 원칙과 일관성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주러시아 대사의 설명과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 10주년 성명에의 불참을 보고 나토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눈앞의 이익 추구가 외교정책의 근간을 뒤틀리게 하는 것 아닌가?
 
또한 한국이 공급망의 안정성에 있어 확신을 줄 수 있을까? 한반도는 세계에서 무력 충돌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이며, 최근 북한 단독의 무력 도발은 물론이고 언론에서 즐겨 쓰는 표현대로 한·미·일 남방 삼각 對 북·러·중 북방 삼각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024년 북한과 러시아는 1961년 동맹조약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였고 최근 이 조약의 이행을 위해 양측 간 소통이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다. 최근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지난 6월 시진핑의 평양 방문에 이어 7월에는 북·중 동맹조약 65주년 계기 고위급 회담에서 ‘대만 유사시 대응’ 문제가 논의되었다고 하는데, 추측하건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전후하여 한국군과 주한 미군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이 대남 도발을 감행한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지 않았을까 우려된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의 대유럽 무기 수출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수주 실적이 무려 200억 달러가 넘어서 대유럽 수출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더 많다. 최근 캐나다의 잠수함 수주 경쟁에서 한국은 독일에 밀렸다. 캐나다 총리는 “독일이 캐나다의 전략적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모두 충족하는 최상의 파트너이다. 독일 잠수함은 북극 해역에 최적화돼 있고 나토와 완벽한 상호운용성을 갖고 있어 원활한 통신과 정보 공유, 합동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라고 하였다. 개별 국가와의 거래도 그러하지만 더욱이 나토 차원의 공동구매는 이번에 거론된 조달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단지 입찰 자격이 주어지는 것일 뿐이다.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유럽에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한국 정부는 단순 수출이 아니라 방산 분야 공동 연구개발, 공급망 협력, 현지 생산 등 협력 방안을 제의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단순히 무기의 성능을 홍보하는 것보다 한국을 장기적인 안보 파트너로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전략적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나토의 대러 및 대중 정책을 추종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는데 그에 따른 외교 안보 리스크를 어떻게 뒷감당할지 우려된다. 나아가 한국이 유럽의 안보 문제에 과도하게 연루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한국산 무기가 나토 무기고를 채우고, 그 무기고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떠받친다면 한국이 전쟁 지속 체계의 일부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 자제 방침은 유지된다고 하였다. 그건 우리의 희망일 뿐이고 한국이 반러시아 노선에 적극 동참한다고 확실하게 선언한 마당에 한국산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흘러가는 데 대해 나토가 무슨 부담감을 느끼겠는가?
 
강대국들은 무기 수출을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한국은 방산 수출을 위해 외교정책을 꿰맞추는 기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외교의 지상 목표는 안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집중된 강대국 간 경쟁의 압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어느 한쪽에 '몰빵'함으로써 일어난 비극이다. 강대국과의 적대적 관계 형성이나 협력 단절은 피해야 한다. 일본은 대러 관계를 고려하여 나토와의 협력에 있어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데, 최근 K-방산 세일즈에 목을 맨 듯한 외교 행보를 보면 현 정부가 일본과 같은 계산도 못하고, 나아가 노태우 정부 이래 수십년간 이어온 북방정책의 정신을 망각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대 법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외교관 연수과정 수료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러시아 공사 ▷상명대 글로벌지역학부 초빙교수 ▷현 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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