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에 따르면 조현 외교장관은 지난 22일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30일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방한할 예정이며 양자회담에서 러시아를 위해 쿠르스크 지역의 전장에 투입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을 국내로 송환하는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하였다. 필자는 이 보도를 접하고 우리 정부의 정책 또는 접근방식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戰時) 포로에 대해서는 주로 1949년의 제네바 제3협약(전쟁포로 대우에 관한 협약)에 따라 전쟁 종료 후 본국 송환이 원칙이었으나, 그 이후 국제인권법과 난민법이 발전하면서 "포로가 원하지 않는 국가로 강제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Non-Refoulement)이 확립되었다. 또한 포로가 제3국행을 원하는 경우에는 자발적 의사 여부 확인, 인도주의 원칙, 제3국의 수용 의사 여부 등에 따라 처리된다. 북한군 포로 2명이 언론 인터뷰와 탈북민 단체의 접촉 등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우리 정부가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것이 국제법 또는 국제 관행상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 추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안이라 하더라도 외교부 장관이 굳이 공개적으로 밝힐 일인가? 대개 이런 문제는 조용히 처리하고 언론으로부터 질문이 있을 경우 정부는 특별히 확인해 줄 것이 없다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가? 북한으로부터 고위층이 귀순하거나 어느 탈북자가 한국으로 오는 것이 민감한 사안일 경우 그간 정부는 대외적으로 로우키(low-key)로 대응해 왔다. 이는 한국만이 그런 것이 아니고 국제사회에서 대부분 국가가 그렇게 하고 있다. 물론 북한군 포로 2명의 존재가 오래전 노출되어 굳이 로우키(low-key)로 할 것 있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으나 어쨌든 신중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 문제는 현지 공관장 차원에서 조용히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며, 나아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외교장관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떠들 일이 아니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한·러 관계는 크게 악화되어 현재 최저점에 와 있는데 외교부가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을 추진함에 있어 한·러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 고려하였는지 묻고 싶다. 2026년 5월 우크라이나의 포로 문제 조정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간 두 차례나 러시아는 북한군 포로들을 러 측에 넘겨 달라고 요청하였다. 외교부가 국내 송환 추진에 있어 러시아 측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하였는지 궁금하다. 현 정부는 외교 관계가 회복되기 전이라도 북극 항로 개척을 위해서 러 측과 협의하겠다고 하면서 공연히 러시아를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행보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아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한군 2명을 한국으로 보내는데 동의하면서 무언가 한국 측에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그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한·러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가 "가급적 신속하게 이들의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행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라고 하였는데 과연 이 문제가 그렇게도 시급한 사안인지 모르겠으며, 무엇보다도 협상론의 기본에 비추어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신속한 처리 방침을 밝힌 것은 어리석은 접근이다. 상대방이 급한 것이 노출되면 누구나 더 많은 것을 요구하려 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크라이나 측에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지불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셋째, 외교부는 북한 병사 2명이 헌법상 우리 국민이라고 규정하였는데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부응하고, 예를 들어 최근 몽골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북한을 ‘조선’이라고 호칭한 것과는 충돌된다. 어느 쪽 생각이 옳은 것인지는 국민 각자 생각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지적하는 것은 정부의 2개 주요 부처 간 이견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주요 부처 간에 얼마든지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선진국이라면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대외적으로는 조율된, 통일된 행동이 나오도록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작금의 상황은 우리 정부가 프로페셔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하게 된다. 더욱이 현 정부가 북한과 어떻게든 대화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외교부의 이런 행보가 적절한 것인가 하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넷째, 그렇게도 ‘헌법상 우리 국민’을 챙긴다면 더 시급한 우리 국민이 많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한·러 관계의 악화와 러·북 밀착의 여파로 러시아 당국의 탈북자 처리에 대한 협조적인 태도가 바뀌었고 더 이상 탈북자를 지원하는 한국인 선교사의 활동에 대해서도 묵인하지 않고 있다. 이런 결과 2024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체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백 모씨가 러시아 당국에 의해 체포되었으며, 올 1월에는 한국인 선교사 박 모씨가 하바로프스크에서 구속되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은 이들에 대해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아마도 일반 국민들은 ‘영사 조력’이 대단한 것으로 여길지도 모르나 ‘영사 조력’은 공관 직원이 구속된 재외국민을 면회하여 이것저것 안내하는 정도의 지원이다. 그 국민이 처한 상황을 실제로 바꾸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 시급한 문제는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우리 국민 문제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작년 12월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잡혀 있는 우리 국민에 대한 대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담당 실장에 질문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였으나 러시아와의 협력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구체적 이익과 우리의 미래에 대해 러시아가 갖는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러시아와의 관계를 방치하지 말고 최소한 한·러 관계를 ‘관리’라도 하는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점에서 이번 외교부 장관의 공개적인 발표는 큰 아쉬움을 갖게 한다. 외교부가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을 서두르는 데에 사람들이 짐작하지 못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정부 내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는 것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가 해외에서 곤경에 처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이 어디에 있든 꼼꼼하게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대 법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외교관 연수과정 수료 ▷주우즈베키스탄 공사 ▷ 주이르쿠츠크 총영사 ▷주러시아 공사 ▷상명대 글로벌지역학부 초빙교수 ▷현 유라시아전략연구소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