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명동 넘어 서울 산·골목까지

  • AI가 포착한 K-등산·로컬 관광 확산

  
서울시청
서울시청 [사진=서울시]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여행 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명동과 경복궁을 찍고 돌아가던 '정석 코스'에서 벗어나 K-팝 촬영지, 전통시장, 성수동 골목, 심지어 북한산과 아차산까지 찾는 '체험형 관광'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서울AI재단이 외국인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단순한 관광 통계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외국인들이 이제 서울을 '쇼핑 도시'가 아니라 '살아보고 싶은 도시'처럼 소비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기도 했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어디로 움직였느냐'이다. 2025년 서울 주요 관광명소 16곳을 방문한 외국인은 전년보다 9~12% 증가했다.
 
여전히 절대 강자는 명동이었다. 명동은 하루 평균 10만910명이 찾았고 N서울타워(5만7370명), 삼성역·코엑스(4만6813명), 강남역, 홍대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증가율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12.1% 증가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홍대와 낙산공원(각 10.5%), 광장시장(10.4%)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한때 '쇼핑만 하는 서울'이었다면 이제는 콘텐츠를 경험하고 사진을 찍고 직접 걸어보는 서울로 관광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번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서울의 산이다.

북한산, 북악산, 관악산, 아차산 모두 외국인 방문이 증가했다. 특히 증가율은 아차산이 11.8%로 가장 높았고 관악산도 10% 증가했다. 북한산은 외국인이 하루 평균 4015명 찾으며 이미 국제 관광명소가 됐다.
 
과거 외국인 관광이 쇼핑과 한류 공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주말마다 즐기는 등산 문화 자체가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K-푸드' 'K-팝'에 이어 'K-등산'이라는 새로운 관광 키워드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관광객 국적별 취향도 뚜렷하게 갈렸다.

베트남·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 관광객은 경복궁과 북촌한옥마을 같은 역사문화 공간을 선호했다. 반면 일본과 중국 관광객은 명동, 남대문시장, 광장시장 등 쇼핑 명소를 집중적으로 찾았다. 서울숲과 성수동은 미국 등 아메리카 관광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북촌은 유럽 관광객 비중이 눈에 띄었다.
 
서울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국적과 취향에 따라 전혀 다른 서울을 경험하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들의 관광 만족도는 높았다.

구글맵 리뷰에서 경복궁은 5점 만점에 4.7점으로 최고 평점을 기록했고, 서울숲은 긍정 감정 비율이 79.9%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숙제도 분명했다.

외국어 안내 부족, 길 찾기 어려움, 화장실과 쓰레기통 부족, 혼잡도 관리 등은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콘텐츠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지만 관광 인프라는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는 서울AI재단이 SK텔레콤의 외국인 로밍 유동인구 데이터와 구글맵 리뷰를 결합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감이 아니라 실제 이동 데이터를 통해 관광객의 행동을 읽어낸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결과를 관광 정책 수립과 관광객 분산 전략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만기 서울AI재단 이사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 어디를 찾고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했다"며 "서울 관광 정책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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