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호르무즈 흔들리자 홍해로 돌렸는데…후티, '사우디 원유길'까지 겨눴다

  • 호르무즈 통항 급감…20일 원자재 운반선 4척뿐

  • 사우디 원유 70% 이상 홍해로 우회…얀부 출하 4배 급증

  • 후티, 바브엘만데브 봉쇄 위협…해운 보험료도 급등

2024년 9월 6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그리스 선적 유조선 수니온Sounion호가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24년 9월 6일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은 그리스 선적 유조선 '수니온(Sounion)'호가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선박 운항이 급감한 가운데 중동 해상 물류 불안이 홍해까지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원유 수출을 돌린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해상봉쇄를 선언하면서다.
 
해운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은 4척에 그쳤다. 전날 7척보다 더 줄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한 척도 확인되지 않았다.
 
선박을 겨냥한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21일 오만 인근 호르무즈 해역에서는 유조선 한 척이 발사체에 맞았다는 신고가 접수돼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대피했다. 전날에도 오만 인근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았다.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자 사우디는 홍해 의존도를 크게 높였다. 로이터통신이 케이플러와 시그널오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우디는 최근 원유 수출량의 70% 이상을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돌렸다.
 
얀부항의 원유 출하량은 최근 하루 평균 약 400만 배럴로 1년 전 97만3000배럴의 4배 이상으로 늘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석유 물동량도 지난달 하루 740만 배럴로 1년 전 420만 배럴에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호르무즈를 대신하던 홍해 항로마저 새로운 위험에 놓였다. 후티는 “사우디가 예멘 사나 국제공항을 공격하고 자신들이 통제하는 지역 항만을 봉쇄했다”며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봉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봉쇄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아직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실제로 차단된 것도 아니다. 다만 후티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핵심 길목에서 사우디 선박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운시장의 위험 비용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의 전쟁위험 보험료는 후티의 봉쇄 선언 전 선박 가치의 약 0.3%에서 0.75%로 뛰었다. 바브엘만데브 통행이 제한되면 아시아로 향하는 사우디 원유는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돌아가야 해 운송 기간과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과거 후티의 상선 공격으로 홍해 항로가 위축됐을 당시에도 글로벌 물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첫 두 달 수에즈운하를 통한 무역량은 전년 동기보다 50% 감소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당시 선박들의 희망봉 우회가 늘면서 2023년 12월 초부터 2024년 2월 초까지 상하이발 컨테이너 운임이 평균 122%, 유럽행은 256%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까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돼 원유와 물류 수송에 미치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얀부항에서 출발하는 원유와 석유제품의 주요 목적지가 한국과 일본, 중국, 싱가포르, 인도 등인 만큼 아시아 에너지 공급망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는 석유 물량도 지난달 하루 740만 배럴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7%에 달한다.
 
사우디도 대응에 나섰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연합군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후티가 선박을 공격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군은 “이란 상선 공격 능력을 약화하겠다”며 대이란 공습을 열흘째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미군 사망자가 잇따르자 “이란이 미군 병사를 죽일 때마다 몇 배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확전 속에서 휴전 중재도 계속되고 있다. 중재국들은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마련한 잠정 합의를 되살리기 위해 10일간 휴전하는 방안을 양측에 제안했다. 미국과 이란은 아직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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