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을 핵심 의제로 다룰 예정이었던 수석보좌관회의를 순연했다. 재계의 반발과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기' 했다는 점에서 불씨는 남아 있다.
초과이윤은 시장의 일시적인 독과점으로 인한 과도한 이익 발생, 시장 수급의 예기치 않은 변동, 특정 산업의 글로벌 호황으로 발생한 부를 뜻한다. 주로 석유, 금, 다이아몬드 등 자원 개발사들에 적용되는 얘기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함께 정당한 시장 경쟁 속에서 벌어들인 돈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먼저 투자하고 기술 혁신에 힘을 기울인 결과다. 현재의 반도체 상황을 놓고 초과이윤이 발생했으니 사회적으로 나누자는 논의는 너무 성급하다.
무엇보다 법적·도덕적 결함이 없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의 결과물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라는 요구를 논의하겠다는 것 자체가 힘겨워 보인다. 기업은 매 순간 불확실성과 손실의 위험을 온전히 감수하며 투자를 감행한다. 시장이 냉각되거나 사업에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천문학적 손실을 국가나 사회가 함께 보전해 주지 않는다.
글로벌 명품 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운운하며 원가의 수백 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다. 입지, 제도적 변화, 지가 상승 등에 의존해 부동산 개발 사업이나 개인이 수십억 원 차익을 남기는 부동산 수익은 어떻게 봐야 할까. 운 좋게 내가 산 주식이 이유도 모르게 10배 뛰었다면 초과이윤으로 봐야 할까.
정부에서 논의 중인 '초과이윤'이 '예상을 초과한 이득'이라면 논리적으로 모두 동일하다. 하지만 부동산 매매를 한 개인은 법정 양도세, 보유세 등 세금을 낸 뒤 남은 이익에 대해 투자 성과로 인정받는다. 주식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초과이윤을 얻은 그들에게서 이를 환수하겠다는 주장은 하지 못한다.
정당하게 법인세를 내고 혁신을 통해 얻은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산업의 혁신과 미래를 위해 투자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가치편향적 프레임을 씌워 추가 분배를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현행 조세제도의 메커니즘을 왜곡·무시하는 측면도 크다. 법인세는 기업의 이익 규모가 커질수록 세 부담이 가중되는 누진 구조를 갖고 있다. 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내면 과세표준이 대폭 상승해 국가가 거둬들이는 ‘초과 세수’ 역시 자동으로 크게 늘어난다.
기존 세제 시스템을 통해 기업 이익의 상당 부분이 국고로 들어와 사회적 재정으로 환원되고 있는 셈이다. 정해진 적정 세율에 맞춰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 기업에 별도의 징벌적 배분 책임을 묻는 것은 이중 과세이자 법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다.
기업이 확보한 사내유보금과 이익금은 묵혀두는 자금이 아니다. 다가올 불황을 견뎌낼 내성을 키우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AI, 반도체 등 미래 첨단 기술에 재투자할 수 있는 강력한 실탄이 된다. 기업의 이익을 기업 내부에 남겨 자율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고용 창출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가장 확실한 선순환 구조다.
의도적인 독과점이나 불법 행위가 아닌 이상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고 얻은 정당한 성과는 기업의 몫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미 조세 제도를 통해 사회적 기여가 충분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논리적 모순으로 점철된 인위적인 배분론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기업이 마음 놓고 투자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시장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 경제와 사회 전체를 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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