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중앙아시아 주변국의 성장 전망을 잇달아 낮추면서도 카자흐스탄에 대해서는 기존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에너지 시장 충격이 아시아 전역을 짓누르는 가운데 나온 평가다.
ADB는 이번 주 발표한 7월 아시아개발전망 보고서에서 카자흐스탄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올해 4.8%, 내년 4.5%로 전망했다. 4월 전망치에서 변동이 없다. 카자흐스탄 경제는 지난해 6.5% 성장했다. 최대 유전인 텡기스 유전 증설이 예정보다 앞당겨 가동되면서 원유 생산이 급증한 덕분이다.
주변국 사정은 다르다. ADB는 이번 보고서에서 아르메니아, 튀르키예, 투르크메니스탄의 올해 성장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의 교역 제한, 1분기 성장 부진, 이란 우회 물류에 따른 비용 증가가 각각 이유로 꼽혔다. 반면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유지됐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압박은 뚜렷하다. ADB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개발도상국 43개 경제권의 올해 성장률을 4.9%로 제시했다. 4월 전망치 5.1%에서 낮아진 수치다. ADB는 중동 분쟁이 에너지 시장과 공급망 교란을 장기화시켜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내년 성장률은 5.1%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자흐스탄의 성장세도 지난해보다는 둔화가 불가피하다. ADB가 4월 보고서에서 이미 지적한 대목이다. 텡기스 증산 이후 원유 생산이 사실상 한계 수준에 도달해 추가 증산 여력이 크지 않은 데다, 대출 규제 강화와 세금 인상, 실질소득 증가세 둔화로 민간 소비도 식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 투자가 성장을 계속 떠받치고 있다.
물가는 여전히 아킬레스건이다. ADB는 카자흐스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10.4%, 내년 9.5%로 전망했다. 지난해 11.4%보다는 낮아지지만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통제하는 공공요금 인상과 부가가치세율을 올린 새 세법 시행으로 기업과 소비자가 구매를 앞당긴 것이 물가를 자극했다고 ADB는 분석했다.
코카서스·중서아시아 권역 전체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2.0%로 상향 조정됐다. 튀르키예의 고물가 영향이 크며, 중동 사태가 물가 안정 흐름을 늦추고 연료 가격을 끌어올린 탓이다.
ADB는 이번 전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따른다고 경고했다. 지정학적 긴장 재점화, 글로벌 금융 여건 긴축, 원자재 가격 상승, 교역 불확실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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