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270조원 규모 투자를 배정받았지만 정작 반도체 직접 투자는 빠졌다. 반면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은 AI 데이터센터(AIDC)에 쏠렸다. 전력과 용수, 공항·항만을 갖춘 영남권에 고부가 제조투자인 반도체 대신 전력 다소비 시설인 데이터센터가 배치되면서 산업 배분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경남 진주에서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주재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달 29일 발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후속 일정으로, 서남권과 충청권에 이어 열리는 세 번째 지역 국민보고회다.
청와대가 밝힌 영남권 총투자 규모는 잠정 270조원이다. 분야별로는 AIDC에 146조원, 피지컬AI에 13조원, 자동차·조선·우주항공·에너지 등 기타 산업 분야에 111조원이 투입된다.
업계에서는 영남권 투자 구상에서 반도체가 빠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서남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800조원 규모 반도체 팹 4기 건설 구상을 제시했다. 충청권에는 81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거점 육성 계획을 내놨다. 반면 영남권 투자 계획에는 반도체 생산 팹이나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이 전면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입지의 핵심 조건이 전력과 용수, 교통망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을 다 갖춘 영남권을 배제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영남권은 경북 동해안 원전 전력망과 낙동강 수계, 구미·울산·창원·부산 등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공항과 대구경북신공항, 가덕도신공항 추진축, 부산항·울산항 등 물류 인프라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구미는 이미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된 지역이다. 구미 국가산단에는 반도체 소재·부품 기업이 집적해 있고, 낙동강 수계와 대구경북권 교통망도 활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구미가 반도체 생산 팹은 아니더라도 패키징, 소재·부품, 테스트 등 후방 생태계 거점으로 충분히 검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서남권 팹 구상과 비교해도 영남권 배제 논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형 반도체 팹은 막대한 전력과 산업용수를 필요로 한다. 서남권 팹 4기 구상에도 2034년까지 6GW가 넘는 전력과 하루 65만t 규모의 산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력과 물이 관건이라면 원전과 낙동강 수계를 갖춘 영남권을 반도체 투자 지도에서 제외한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권 투자 계획이 AIDC에 과도하게 쏠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AIDC는 AI 시대 필수 인프라지만 지역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피 시설에 가깝다. 대규모 전력과 냉각 설비가 필요하고, 송전망 부담과 열 배출, 용수 사용 문제를 동반할 수 있어서다. 반도체 팹이나 패키징 공장처럼 협력사와 고용, 제조 생태계를 함께 끌고 오는 효과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AIDC를 대규모 투자로 포장하고 있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님비' 시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크고 입지 주변의 전력망 증설, 냉각 인프라, 환경 영향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이 있다. 영남권에 배정된 270조원 중 146조원이 AIDC에 집중된 만큼, 이를 반도체 생산기지나 첨단 패키징 거점과 같은 산업투자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영남권 투자가 기존 제조업 고도화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조선·우주항공·에너지 등 기타 산업 111조원은 기존 영남권 주력산업을 AI와 결합하는 성격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영남권이 새 반도체 생산망을 확보한 서남권, HBM 시대 핵심 공정인 패키징을 가져간 충청권과 달리 데이터센터와 기존 산업 고도화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날 행사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유독 전남·광주에 반도체 투자를 몰아넣은 것에 대한 비판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영남권은 전력과 용수, 교통, 제조업 생태계를 두루 갖춘 지역"이라며 "반도체 생산이나 패키징 투자가 빠진 대신 AIDC가 대규모 투자로 제시된 만큼 정부가 권역별 산업 배분 기준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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