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메타에서 시작한 AI 반도체 주식 급락 나비효과

곽재원 논설위원장
[곽재원 논설위원장]

 
“우리 AI 서버 남는 거 외부에 빌려줄게.”

어제 메타(Meta)가 던진 이 한마디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한국 반도체 업계를 강타했다. 시장은 이 평범해 보이는 사업 계획을 전혀 다른 뜻으로 번역해 받아들였다. “우리 이제 AI 반도체 살 만큼 다 샀고, 시장에 칩이 넘쳐나기 시작했어.”

빅테크 기업의 미시적인 전략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의 종착역에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는 지금의 글로벌 테크 생태계가 얼마나 긴밀하고도 취약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나비효과’다. 실리콘밸리에서 불어온 미풍이 어떻게 한국 증시를 뒤흔드는 폭풍우가 되었는지 그 정교한 인과관계의 도미노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발단은 월가의 독촉과 메타의 궁여지책에서 시작되었다. 그동안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 패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올해 메타의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최대 1,450억 달러(약 2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시장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체 그 막대한 투자금은 언제,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라는 월가의 날 선 의구심 앞에 마크 저커버그 CEO는 수익성 모델을 증명해야만 하는 압박에 직면했다.

이 시점에 터져 나온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는 메타의 타개책을 공개한 것이다. 자사 데이터센터의 유휴 연산 자원과 AI 모델을 외부에 임대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진출 검토 소식이었다. 메타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비용 덩어리였던 데이터센터가 드디어 자체적인 수익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메타의 주가는 8% 이상 폭등했다.

그러나 메타 주가의 환호성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체 기술 시장과 반도체 분석가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 내렸다. 메타의 발표 이면에 숨겨진 거대한 경고 신호를 읽어냈기 때문이다. 바로 ‘공급 과잉’의 징후다.

불과 얼마 전까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AI 칩을 하나라도 더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데 메타의 입에서 "연산 자원이 남아서 외부에 판다"는 말이 나왔다. 이는 AI 컴퓨팅 파워의 공급이 이미 수요를 초과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방증이다. 시장은 즉각 역발상적 초점에 주목했다. 인프라가 남아돈다면 메타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앞으로 비싼 반도체를 추가로 구매하며 데이터센터를 무한정 증설할 이유가 사라진다. 소문으로만 돌던 ‘AI 투자 피크아웃(정점 통과)’ 공포가 현실의 숫자로 다가온 순간이다.

이 나비효과의 최종 행선지는 거대한 제조 기지를 가진 아시아, 특히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었다. AI 인프라 투자 둔화 우려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엔비디아의 주가를 끌어내렸고, 이는 곧바로 엔비디아 밸류체인의 핵심축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 번졌다. AI 서버의 두뇌 역할을 하는 GPU에는 한국산 초고속 메모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필수적으로 대량 탑재된다. 메타의 자원 판매는 곧 빅테크들의 HBM 주문량 감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가 조절되면 범용 서버용 D램 수요마저 도미노처럼 꺾인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자 외국인과 기관들은 한국의 두 반도체 거인에 대한 매도 버튼을 사정없이 눌렀다.

이번 사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고질적인 약점을 다시 한번 극명하게 드러냈다. 거대 빅테크들의 자본지출(CAPEX) 계획이나 말 한마디에 시가총액 수십조 원이 증발하는 구조는 하늘만 바라보며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천수답(天水沓) 농사’와 다를 바 없다. 메타가 남는 연산 자원을 팔아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하드웨어 장악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생태계’로 진화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설계한 판 위에서 부품을 가장 잘 만드는 제조업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널뛰기를 반복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여기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주어진 과제는 명확하다. 단순히 엔비디아나 메타가 주문하는 규격에 맞춰 HBM을 대량 공급하는 ‘수동적 공급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 AI 연산 구조를 최적화할 수 있는 커스텀(맞춤형) 칩 설계 능력을 강화하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원스톱으로 묶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빅테크의 독점적 수요에 휘둘리지 않는다.

결국 이번 ‘메타 쇼크’는 AI 산업이 무조건적인 인프라 구축의 시대를 지나 철저한 효율성과 수익성 검증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거대한 변곡점이다. 빅테크의 말 한마디에 한국의 핵심 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작금의 사태는우리가 구축한 AI 동맹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유기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태로운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날갯짓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었지만 폭풍우는 오늘도 서울 여의도와 경기도의 반도체 공장 위로 매섭게 쏟아지고 있다. 날씨를 바꿀 수 없다면 이제는 폭풍우에도 견딜 수 있는 우리만의 단단한 집을 지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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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제미나이]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광주과기원 AI정책전략대학원 특임 교수, 가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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