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리스크⑤] "규제 강화보다 중요한 건 처분의 질…예측 가능한 법 집행 필요"

  •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 5인 진단

  • 시장 감시 기능 강화엔 공감

  • "처분의 질·절차적 통제는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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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직권조사 확대와 과징금 상향,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 공개 등 규제 강화 기조를 이어가면서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시장 감시 기능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확대된 권한에 걸맞은 절차적 통제와 예측 가능한 법 집행 체계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권 따라 규제 기조 변화…기업 불확실성 해소해야"

2일 아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최근 공정위의 규제 강화 기조를 두고 정권에 따른 정책 변화와 기업 부담 확대, 처분의 정밀성 제고, 신산업 규제 방향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고은희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정권의 정책 지향점에 따라 공정위의 집행 방향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정부에서는 공정위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프랜차이즈 갑질 문제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대기업 규제와 처벌 강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평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단순한 제재 강화가 아니라 법 집행 패러다임이 '사후 대응'에서 '사전 억지' 중심으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작은 컴플라이언스 실패도 큰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처분의 양보다 질…절차적 통제 강화해야"

공정위의 권한이 커질수록 조사와 심의의 공정성을 담보할 절차적 통제 장치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건수는 늘고 있지만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되거나 과징금이 환급되는 사례도 반복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실제 공정위는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원 판결 등으로 기업에 과징금 6247억원과 환급가산금 474억원을 지급했다. 과징금이 환급되더라도 기업은 소송 비용과 경영 불확실성 등을 떠안게 되는 만큼 처분의 정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이에 대해 고 변호사는 권한 확대에 상응하는 내부 견제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공정위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에는 한계가 있지만 처분의 파급력은 기업에 치명적"이라며 "권한과 통제의 균형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검찰의 무죄평정제도와 유사한 내부 평가 시스템 도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 역시 "조사 범위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중요한 사건에 선택과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핵심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법원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처분을 만드는 것이 유사 위반행위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이 교수는 "공정위는 오랫동안 사건 수에 비해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사건 처리의 질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며 "최근 인력이 보강된 만큼 조사 건수를 늘리기보다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심사보고서와 의결서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 변호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경제분석의 객관성과 적법절차, 위법성 입증의 완성도를 높여 "'처분의 양'보다 '처분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입체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최승재 교수는 "패소 가능성이 있다고 처분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만큼 단순히 패소율 수치만으로 공정위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처분 단계뿐 아니라 소송 수행 과정까지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은 강한 규제보다 예측 가능성이 중요"

플랫폼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기업이 규제 기준을 명확히 예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지 전 부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예로 들며 점진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산업을 처음부터 강하게 규제하기보다 기업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거 카르텔 과징금도 1%에서 시작해 30%까지 단계적으로 엄해졌듯이 신산업 규제 역시 이와 같은 호흡 조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백 변호사는 가이드라인이 위법 여부를 못 박기보다 명확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봤다. 그는 "규제의 강도를 낮추는 것보다 예측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규제와 혁신 사이의 균형을 잡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위법 오판'의 리스크를 경계했다. 이 교수는 "신산업은 과거 사례가 부족해 위법성을 오판할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합법적인 효율성 추구 행위를 위법으로 잘못 판단하면 기업의 투자와 신사업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인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속하면서도 정밀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신산업에서는 전통적 경쟁법 집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정위가 경쟁촉진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자원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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