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연간 약 180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건강보험의 역할과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놓고 사회적 논쟁이 커지고 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 주최로 오는 4일 예정됐던 관련 토론회가 중단되면서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탈모는 결코 가볍게 여길 질환이 아니다. 특히 젊은 층에게는 외모 변화로 인한 자신감 저하와 우울감, 사회생활의 어려움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일부 중증 탈모 환자는 치료를 포기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런 점에서 탈모 치료의 필요성을 무조건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어디까지나 한정된 재원을 사용하는 사회보험이다. 모든 치료를 보장할 수 없는 만큼 무엇을 먼저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존재 이유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질환과 필수의료를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간 1800억원 규모의 재정을 탈모 치료에 새롭게 투입하는 것이 과연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선택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같은 재원이라면 생명을 구하거나 중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설립 취지에도 부합한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은 한 번 확대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특정 질환에 대한 급여 확대는 다른 질환에서도 형평성 요구를 불러오게 마련이다. 비슷한 성격의 치료나 삶의 질 개선 목적의 의료서비스까지 잇달아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물론 탈모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외면하자는 뜻은 아니다.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된다면 건강보험이라는 단일 수단만 고집할 이유도 없다. 저소득층이나 중증 원형탈모 환자 등에 대한 선별적 지원, 세제 지원, 치료비 경감 사업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 모든 문제를 건강보험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은 오히려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
정책은 공감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선의만으로도 부족하다. 한 번 늘어난 복지는 미래 세대까지 부담을 함께 지게 된다. 그래서 더욱 냉철한 비용 대비 효과 분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의 공동 자산이다. 누구나 혜택을 원하지만 모든 요구를 담아낼 수는 없다. 의료보장의 우선순위는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 필수의료, 중증질환이어야 한다는 원칙은 흔들려서는 안 된다.
탈모 치료 지원 논의도 이러한 원칙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건강보험의 문을 넓히는 것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건강보험 제도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건강보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기보다 원칙, 단기적 공감보다 장기적 책임이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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