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의 비욘드 ESG] 기후범죄 용의자 메탄 …탐욕과 태만이 부른 재앙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칠흑 같은 우주 공간, 정밀 센서를 탑재한 환경 관측 위성의 뷰파인더에 포착된 지구는 아름다운 푸른빛의 행성이 아니다. 붉고 탁한 가스구름이 점점이 박혀 있다.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외곽에 위치한 ‘로마스 로스 콜로라도스’ 매립지 상공에 거대한 보랏빛 가스 기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연간 무려 10만2667톤에 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후 파괴 가스가 대기 중으로 무자비하게 뿜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이 장면은 지구 대척점에서만 나타난 예외적 풍경이 아니다. 화석연료 유전의 미세한 균열, 끝없이 펼쳐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이음새, 그리고 수만 마리의 가축이 밀집한 공장식 축사의 지붕 위에서 매 순간 벌어지고 있는 지구적 규모의 습격을 보여주는 일단이다. 이산화탄소(CO₂)라는 거대한 악당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지구온난화의 공범, 메탄(CH₄)이 인류의 우주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우주에서 포착된 기후 범죄

오랫동안 인류는 메탄 배출을 추적 불가능한 미세 누출이라는 핑계로 모르는 척했다. 전력 사용량 등 모든 경로로 정밀한 산정이 가능한 이산화탄소와 달리 메탄은 에너지 장비의 노후화나 폐기 등 여러 과정에서 소리 없이 새어 나갔기 때문이다. 기술 진보로 지구온난화 대응 실패의 숨은 구석을 마침내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국제 메탄 배출 관측기구(IMEO)’가 가동하는 ’메탄 경보 및 대응 시스템(MARS)’은 전 세계 30개 이상 환경 위성을 동원해 대형 배출원인 ‘초배출원(super-emitters)’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시작했다.

앞서 살펴본 칠레의 매립지가 인공 메탄 배출지 세계 1위로 적발됐고, 투르크메니스탄의 석유·가스 시설(8만6748톤)과 인도의 매립지(6만7802톤)가 그 뒤를 이었다. MARS는 2022년 11월(COP27) 공식 출범하였으며, 2023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2024년 전면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5월 UNEP가 역사상 최초로 ‘글로벌 50대 메탄 초배출원 명단 및 국가별 대응률’을 전격 공개하면서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위성으로 포착한 명확한 증거에도 일단 해당 국가와 기업은 내부적으로 당혹했겠지만 외면하는 분위기다. MARS가 전 세계에 보낸 5000건 이상의 메탄 경보 중 실제로 조사를 진행하고 피드백을 보낸 대응률은 13%에 불과했다. 세계 1위 오명을 쓴 칠레 매립지 운영사는 “위성 감시는 단일 시점 측정에 오류가 있으며 기상 조건에 따른 왜곡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자사가 2007년부터 메탄을 포집해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통해 7억㎥ 이상의 메탄을 차단했으며 연간 10만㎿h 규모의 전력을 인근에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유기 폐기물을 분리배출하여 혐기성 소화(산소가 없는 밀폐된 환경에서 미생물이 가축 분뇨나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물을 분해하는 생물학적 과정)나 퇴비화로 처리하는 구조적 시스템 개편 없는 대증요법식 포집으로는 거대한 가스 기둥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기 체류 12년의 역설

인류가 메탄의 감시에 나선 것은 이 가스가 가진 압도적인 파괴력과 단기적 온난화 효과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난화 가스의 등급을 논할 때 핵심 척도가 되는 지구온난화지수(GWP·Global Warming Potential)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AR6)는 기후 공시 역사상 최초로 메탄의 기원을 화석연료 유래 메탄(Fossil Methane)과 비화석·생물 기원 메탄(Non-fossil·Biogenic Methane)으로 이원화하여 GWP를 산정했다. 동일 물질이긴 하지만 대기 방출 이후 탄소 순환 메커니즘에서 장기적인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IPCC의 정밀 산정에 따르면 화석연료 유래 메탄의 100년 장기 지표(GWP100)는 이산화탄소 대비 29.8배인 반면 생물 기원 메탄은 27.2배로 산출된다. 수천만 년 지하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탄소 자원을 꺼내 대기 중에 새로운 탄소를 추가하는 화석 메탄과 달리 소의 장내 발효나 매립지에서 나오는 생물 기원 메탄은 대기 중에 존재하던 이산화탄소를 식물이 광합성하고 동물이 섭취한 뒤 다시 대기로 되돌려 보내는 원래의 순환 고리에 속하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다. 20년 단기 지표(GWP20)에서는 화석연료 유래 메탄의 GWP20이 이산화탄소의 82.5배, 생물 기원 메탄은 80.8배다.

이 차이가 농축산업계 일각에서 “가축의 메탄 배출은 기후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적 근거이지만 한눈에도 차이가 미미하다. 기후 파국을 막을 골든타임인 20년 단기 기준으로 눈을 돌리면 이 기원별 격차는 더 무의미해진다. 동일한 양을 배출했을 때 단기적으로 대기를 데우는 힘이 두 기원 모두 이산화탄소의 80배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GWP20이 GWP100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은 메탄의 대기 체류 시간이 약 11.8년으로, 한번 방출되면 대기 중에 수백 년에서 수천 년 완고하게 잔존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짧기 때문이다. 메탄은 대기 중 수산화 라디칼(OH) 등과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12년 뒤엔 완전히 사라져 이산화탄소와 물로 바뀐다. 대기 유입 후 물리적으로 그 질량이 정확히 절반으로 붕괴하는 실제 반감기는 약 8.2년에 불과하다.

이 짧은 수명과 반감기는 인류에게 거꾸로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은 대기 중 농도를 낮추어 실제 기온 하강 효과를 보기까지 수 세기가 걸리는 반면 메탄은 지금 당장 방출을 차단하면 불과 10~20년 안에 즉각적이고 눈에 띄는 지구 온도 완화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과학계가 메탄 감축을 “지구의 끓는점을 낮추기 위해 인류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비용 효율적인 급제동 장치”라고 부르는 과학적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인류가 겪은 지구 기온 상승치 중 약 0.5도가 메탄에서 비롯하였다는 게 대체적인 추정이다. 전체 온난화 유발 요인의 약 25~30%에 해당한다. 파리협약의 저지선(1.5도)을 지키기 위한 향후 골든타임 내에서는 화석연료에서 유래하였든 아니든 메탄 배출은 즉각적이고 심각한 기후 온난화 가중 행위라는 뜻이다. 축산업의 메탄 배출을 화석연료 누출 제어 못지않게 초긴급 규제 대상으로 다루어야 하는 과학적 당위성을 갖게 된다.

■에너지업계의 태만이 만든 재앙

화석연료 산업은 가장 빠르고 비용 효율적인 메탄 감축 기회를 제공하는 전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메탄 트래커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부문은 인류 활동으로 인한 메탄 배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놀라운 점은 현재 존재하는 검증된 기술을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이 배출량을 70% 줄일 수 있으며 그중 40%가량은 순비용 없이, 즉 회수한 메탄을 시장에 판매하여 비용을 상쇄하는 방식으로 감축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IEA 분석에 의하면 기존 인프라의 누출을 차단하고 비상 상황 외 가스 소각(플레어링)을 전면 중단하면 매년 무려 2000억㎥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신규 유전을 개발하느라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대신 기존 파이프라인의 볼트만 조여도 에너지 위기와 기후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자원이 허공에 날아가고 있는 셈이다.

메탄 배출의 구조를 뜯어보면 매우 극단적인 불균형을 발견할 수 있다. 화석연료 유래 글로벌 메탄 배출의 약 70%가 중국, 미국, 러시아,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등 단 10개국에 집중되어 있다. 메탄 문제가 전 세계에 고르게 퍼진 해결 불가능한 난제가 아니라 소수 주요 배출국의 정책적 결단과 관리 수준 개선만으로도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후 적응 카드임을 뜻한다.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아마존, 구글, JP모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초강력 오염물질 행동 이니셔티브(Superpollutant Action Initiative)’를 발족하고 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메탄 감축의 효율성 때문이다. 구글은 2030년까지 2만5000톤의 메탄 및 수소불화탄소를 직접 파괴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로 계약했는데, 100년 동안 이산화탄소 100만톤을 감축하는 것과 맞먹는 극적인 단기 기후 개선 효과를 내는 규모다.

■정치가 날리는 골든타임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은 비효율적 정치 앞에 무너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세계 최초로 기업의 메탄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어기면 처벌하는 ‘메탄 규정(Methanverordnung)’을 도입했다. 하지만 기득권 산업계의 조직적인 저항은 법률을 완벽히 무력화했다. 독일 환경지원협회(DUH)의 실태 조사 결과 자사의 메탄 배출량을 규정에 맞춰 투명하게 공개한 대기업은 단 1%에 불과했다.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거인들은 의무 보고서조차 누락하거나 불투명한 데이터로 일관했다. 2024년과 2025년에 제출해야 했던 의무 보고서 중 약 3분의 1은 아예 제출조차 되지 않았으며 제출된 보고서 중 72%는 의무화한 ‘자체 측정’ 규정을 완전히 위반한 채 근거 없는 예측치 데이터만 채워 넣었다.

정치권의 방조와 직무 유기는 더 심각하다. 독일은 전체 16개 연방주 가운데 10개 주가 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할 관청조차 지정하지 않았고, 법 위반에 대한 처벌 입법조차 누락된 상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최근 유출된 EU 내부 문건을 통해 폭로되었다. 화석연료 업계의 집요한 로비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밀려 EU 집행위원회가 메탄 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를 최장 3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규제를 강행하면 에너지 공급에 병목이 생긴다”는 공포 마케팅이 환경적 대원칙을 무너뜨린 순간이다.

■공장식 축산의 고질적 메탄 순환 고리

메탄 배출의 또 다른 축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 즉 공장식 축산에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구조에서 축산업은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의 핵심 온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전체 배출량 가운데 약 12%를 차지한다. IPCC 6차 평가보고서 기준 수송(교통) 부문 전체의 직접 배출 비중(약 15%)에 육박한다. 사료 재배부터 분뇨 처리, 가축의 소화 과정(장내 발효) 등 전 과정 평가(LCA) 기준을 적용해 뜯어보면 밀집 사육 시설(CAFO)은 동물 학대와 환경 파괴가 결합하여 대규모 메탄 가스를 공장식으로 생산해 내는 근본적 원인이다.

이 잔인한 비즈니스는 지구의 폐까지 도려내고 있다. 인류는 지난 50년간 고기를 얻기 위해 지구 열대우림 3분의 2를 파괴했으며, 아마존 열대우림 70%가 가축 방목지와 사료용 대두 재배지로 사라졌다. 공장식 축산은 온실가스 배출,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 항생제 문제, 신종 인간 감염병 유발 등 온갖 문제의 온상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류가 고기의 유혹에서 공장식 축산을 못 끊어내듯 온갖 탐욕과 태만이 지구를 더 큰 재앙으로 끌고 가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부문의 메탄 배출은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정치력의 부족과 관리의 실패에 기인한다. 이른바 골든타임에서 메탄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인류문명에 앞으로 주어질 선택지가 명백하게 달라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또한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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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 발생 지도]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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