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습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잇따라 멈춰서면서 연료 부족 사태가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드론과 미사일 공격 능력을 키우며 러시아 에너지 시설 타격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모스크바 주요 정유시설이 파괴되면서 연료난은 러시아 중심부로 번졌다.
러시아 석유기업 가스프롬네프트의 전 전략 책임자인 세르게이 바쿨렌코는 지난달 20일 기준 러시아 정유 능력의 약 28%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물류 차질이나 시장 불균형이 아니라 ‘물리적인 연료 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연료난은 러시아 국민의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문을 닫은 주유소가 늘었고, 영업 중인 곳에서도 몇 시간씩 기다리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차량 1대당 주유량을 제한하거나 지역 등록 차량에만 주유를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처음으로 연료 부족이 실제 문제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운전자와 기업들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주유소에 줄이 있고, 때로는 원하는 휘발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여름 수확철을 맞은 농업 부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직접 연료난을 언급한 것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야니스 클루게는 “위기가 이미 너무 광범위해 푸틴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위험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정치적 부담은 9월 총선과 맞물려 더 커질 수 있다. 러시아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질 가능성은 낮지만, 선거 국면은 주민 불만이 표면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장시간 주유 대기와 가격 상승은 전쟁 피로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우크라이나는 3년 넘게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해 왔지만, 올해는 공격 속도가 러시아의 복구 능력을 앞지르고 있다. 국제 제재로 정유시설 수리에 필요한 장비 수입도 제한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휴전이나 장거리 공격 제한에 나설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타격이 주유 대란과 물류 차질로 이어지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러시아 내부 불만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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