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난 '빚투'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급증하면서 시장 전반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마진 대출과 수익률을 2~3배로 증폭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레버리지 확대가 증시의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증권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인 미국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5월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조4000억 달러(약 2153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위험 레버리지 ETF 자산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 데이터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레버리지 ETF 자산은 거의 두 배 증가해 사상 최대인 2200억 달러에 달했다. 헤지펀드부터 개인투자자까지 기술주와 반도체주, 테슬라·엔비디아 등 대형 성장주와 연계된 레버리지 상품에 몰린 결과다.
WSJ는 이 같은 위험이 최근 한국 증시에서 먼저 드러났다고 짚었다. 반도체주 중심의 한국 증시에서는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주가가 급등락했고, 하락 과정에서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이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레버리지 단일종목 펀드 출시를 막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고위험 상품인데도 보유자의 약 92%가 개인투자자이며 거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크 해켓 네이션와이드 투자운용그룹 수석 시장전략가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의도치 않은 레버리지가 쌓이고 있는 것이 두렵다"며 "투자자들이 복권을 사는 듯한 심리로 마진대출을 활용해 레버리지 ETF 옵션을 사고 있다. 이는 세 겹, 네 겹의 레버리지 구조"라고 말했다.
문제는 레버리지 상품이 단순히 투자자 손실 위험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품 규모가 커지면 파생상품 거래와 헤지 수요가 기초자산 가격 흐름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왝 더 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레버리지 ETF에 자금이 몰리자 운용사들이 지난 3월 말 이후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조성자들은 이 파생상품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해당 상품이 추종하는 주식을 사들였고, 이는 AI·반도체주 상승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레버리지 ETF가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추종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매도 압력이 커지면 주가 하락폭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TF닷컴의 데이브 내딕 리서치 책임자는 "레버리지 개별 종목 상품으로 너무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가격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방식으로 사고파는 자금이 많아질수록 시장 왜곡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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