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행료 부과 문제는 현 단계에서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향후 통항 안전관리와 해상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에 따른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이란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해상 봉쇄가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필요한 조건이 갖춰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협 재개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에 가한 상황이 해소되는 데 달려 있다"며 "미국이 파괴적인 행동을 중단하고 이를 시정해야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만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이란과 오만 간 협상은 본질적으로 두 연안국 사이의 양자 협상"이라며 선박 통항 경로에는 합의했지만 공동성명을 둘러싼 일부 쟁점은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관리 체계도 논의하고 있다. 바가이 대변인은 "선박 통항의 안전을 감독하는 체계와 환경 문제, 해상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해 협의해왔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는 그런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해상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과거 미국과 마련한 양해각서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와 안전 확보를 자국이 맡기로 했다고도 주장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이 위반한 양해각서 5항에는 이란의 역할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었다"며 "향후 해협 관리와 안전 확보, 기뢰 제거는 이란이 맡도록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북쪽과 남쪽으로 나뉜 항로도 합의 이후 중앙 항로로 조정할 예정이었다며 "미국이 합의와 다른 항로를 만들면서 현재 상황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미국과의 직접 협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과 협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며 "메시지 교환은 중재자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른바 '메카 합의'와 관련해서도 역내 국가들이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카 합의'는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튀르키예 가운데 한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을 3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공동방위 협정을 의미한다.
그는 "이번 변화는 역내 국가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며 "이들 국가는 안보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외부 세력에 의존하지 않고 역내 국가들이 협력해 자체적인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며 "이번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체가 역내 불안정의 일부였다"며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 없이는 범죄 행위를 이어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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