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중기직설] 기회가 파국으로...위기 맞은 '전 국민 창업열풍'

  • 허술한 보안체계 비판...개인정부 유출 54건 접수

  • '2차 모두의 창업' 연기 속 野 청문회서 집중 질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8일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청년 창업 활성화 토크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8일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열린 '청년 창업 활성화 토크콘서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의 대형 창업 오디션 플랫폼 '모두의 창업'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허술했던 보안 체계와 엇박자를 낸 초동 대응으로 많은 국에게 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5일 중기부와 창업진흥원에 따르면 이번 사태 이후 긴급히 정보유출대책반을 신설해 피해 신고센터를 구축한 결과, 현재까지 총 54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경찰청 등은 유출 우려가 있는 합격자 5000명을 대상으로 합동 조사에 나섰다. 불합격자들은 이번 유출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건 인지 사흘만에 신고...'졸속행정' 비판  

앞서 중기부는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용석 제1차관 주재로 브리핑을 열고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유출 사실 인지 후 사흘 뒤에야 신고했다는 사실을 지적받으며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유출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지난 15일 오후 3시경이었다. 당일 합격자 5000명의 개인 프로필을 플랫폼에 공개한 지 불과 6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중기부는 정황을 파악한 지 1시간 만인 오후 4시 허가되지 않은 접근 경로를 차단하고 다음 날인 16일 외부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수집 시도를 추가로 차단하는 등 기술적인 긴급 수습에 나섰다. 총 9개의 인터넷주소(IP)를 통해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어 요약 정보, 심사평 등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중기부가 이같은 유출 사실을 관계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개별 통지 메일을 보낸 것은 사고 인지 후 사흘이 지난 18일이 돼서였다.

기술적 차단은 빨랐을지언정, 내 소중한 창업 아이디어가 흘러 나갔을지도 모른 채 사흘간 방치된 참가자들의 불안감을 보듬기에는 한발 늦은 초동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차 공모 무기한 연기...한성숙 "보완해 준비할 것"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이번 유출을 감행한 주체가 고도의 기술을 가진 전문 해커 조직이 아니라, 참가자 지원 업체로 참여한 AI 솔루션 기업의 해킹으로 드러나면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의 화살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인터페이스(API) 보안을 점검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안일함이 '창업 꿈나무'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셈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은 향후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일정표까지 멈춰 세웠다. 정부는 애초 추가경정예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는 7월 초로 예정됐던 '2차 프로젝트'를 약 1만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예산 역시 기존 628억원에서 2000억원대로 대폭 늘려 청년창업의 거대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그렸다. 1차 프로젝트에서 제기된 피드백을 거울삼아 심사체계를 개선해 '3안 공동심사 체제'와 심사 피드백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심사평 하한제도 도입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역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모두의 창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기에 아쉬움은 더 크다. 탄탄한 예산과 정책적 지지를 뒤에 업고도, 보안이라는 기초 체력 부실로 인해 2차 사업은 기약 없이 무기한 연기되는 아픔을 겪게 됐다.

중기부는 합격자들의 아이디어를 보호하기 위해 영업비밀 원본증명의 등록을 무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영업비밀 원본증명은 전자문서의 고유한 식별값을 원본증명기관에 등록해 해당 전자문서의 존재 시점과 보유 사실을 증명하는 제도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한성숙 중기부 장관의 입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한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중기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문제점을 보완해 2차 프로젝트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후보자는 "2기에서는 청소년 캠프와 대학생을 위한 단기 캠프가 마련돼 다양하게 창업 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1기 불합격자들을 위한 재도전 경로도 만들어져 2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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