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갈등을 둘러싼 완성차 업계의 노사 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같은 산업권이지만 한쪽에선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문제를 놓고 파업을, 다른 한쪽에선 일감 부족에 따른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파격적인 근무 제도를 내놓는 등 표정이 제각각이다. 노사 갈등이 단순 성과급 지급 논의를 넘어 신기술 도입, 고용 형태 등 구조적 해결을 요하는 문제로 진화하면서 기업 보상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조합원 3만 9000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86.65%로 파업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6일 상견례 후 11차례에 걸쳐 교섭을 시도했지만 끝내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이날 임시 대의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 발생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도 꾸려 파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25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노동쟁의 신청 결과가 나오면 파업 방향과 수위, 일정 등을 논의한 뒤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조건으로 월 기본급 14만 96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작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완전 월급제 시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 연장(최장 65세), 신규 인원 충원 등도 주장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도 올해 7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지난 18일 열린 쟁의 행위 찬반투표에서 86.5%(5635명)의 압도적인 찬성율로 파업안을 통과시켰다. 한국GM 노조는 임단협 조건으로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성과급 1인당 3000만원 수준, 월급제 도입, 정년 연장, 신규 채용, 신차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판매량 감소에 고전하는 르노는 '근무 적립제'라는 새로운 고용 방안을 노조와 협의 중이다. 근무 적립제는 차량 주문량에 따라 매월 달라지는 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묘수로, 공장 비가동일을 적립한 뒤 나중에 신차 출시 등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특근을 시행해 차감하는 노동 방식이다.
회사 측은 공장 비가동 시에도 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대신에 생산 유연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고, 근로자들은 일감 부족에 따른 임금 불안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 각각 장점이다. 실제 르노는 이달 판매 감소에 따라 전체 근로가능일 21일 가운데 11일간 휴업하기로 결정했는데, 근무 적립제가 도입되면 100%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르노의 5월 판매량은 5913대로 전년동기대비 40% 줄었다.
업계는 임단협 갈등이 단순히 성과급을 올리고 내리는 문제를 넘어 기업의 보상 체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공장 투입 리스크를 막기 위해 근무 시간과 무관하게 매월 일정 임금을 보장하는 '완전 월급제'를 주장하고, 매년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성과급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본 상여금 요율을 올리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 여파로 성과급 지급 대상이 사내·외 협력업체로 확대되는 것도 갈등 해결을 점점 어렵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자율주행,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해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비용과 스마트 공장 전환을 위한 투자가 시급한 상황에서 매년 정률 형태의 이익 배분을 늘리자는 주장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면서 "임단협 논의 주제가 초과 이익 재분배를 넘어 고용·임금·신기술 도입 등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는 것도 협상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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