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30대 이하 매입 비중이 처음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초저금리 시절 영끌 열풍이 불었던 2020년 10월 43.6%보다 4.4%포인트 높은 역대 최고치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묶이고 갭투자가 차단된 강한 규제 환경에서 나온 수치라는 점에서 더 이례적이다. 규제가 다주택자와 투자 수요를 누르는 사이 생애최초 등 예외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30대 이하 실수요층의 존재감이 오히려 커지는 역설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부동산원 ‘매입자연령대별 아파트매매거래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20대 이하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48.0%로 집계됐다. 10·15 대책 여파로 1월 34.8%까지 떨어졌다가 2월 41.9%, 3월 46.1%에 이어 석 달 연속 상승하며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30대 매입 비중만 45.8%에 달해 전체 매입자 중 절반에 육박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자 비중도 45.6%로 2010년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0대 비중은 56.1%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수치만 보면 과거 영끌 고점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배경은 전혀 다르다. 2020년 10월 43.6%는 기준금리 0.5%에 신용대출까지 끌어쓸 수 있던 유동성 장세에서 나왔다. 반면 올해 4월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 금리가 4%대에 머물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갭투자 차단,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의무까지 겹친 환경이다. 집을 사기 어려운 환경은 더 강해졌지만 30대 이하의 시장 진입 비중은 오히려 더 높아진 셈이다.
절대 거래량에서도 흐름은 뚜렷했다. 30대 이하 서울 아파트 매입 건수는 1월 2069건에서 4월 3609건으로 74% 증가했다. 이는 10·15 대책 직전 막차 수요가 몰렸던 지난해 10월 4366건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40대는 33%, 50대 이상은 20%가량 증가했지만 30대 이하의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자금 조달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 영끌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끌어모으는 방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주식·코인 등 금융자산을 처분해 자기자본을 마련하고 생애최초 대출 한도를 활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일반 매입자의 진입 문턱은 높아졌지만 생애최초 등 정책금융 예외를 활용할 수 있는 무주택 30대 이하 실수요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진입 통로가 남아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매물이 출회된 점도 30대 이하 실수요자의 진입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규제로 투자 수요는 줄었지만 실거주 수요가 이를 받아내면서 젊은 층의 매입 비중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대출 여건이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황인데도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다는 것은 매입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미 핵심 지역에 자산을 보유한 50대 이상은 추가 매입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대출 흐름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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