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아이폰이 된 모델 Y, 한국 전기차 시장 뒤집은 테슬라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모델 Y 이미지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모델 Y 이미지.
 

테슬라 모델 Y가 지난 5월 국내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수입차가 한국 승용차 월간 판매 순위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델 Y는 5월 한 달간 국내에서 8762대가 팔리며 기아 쏘렌토(7836대), 현대차 그랜저(5183대)를 제쳤다. 현대차·기아가 오랫동안 주도해온 내수 시장에서 수입 전기차가 월간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국산 브랜드에 대한 높은 충성도와 촘촘한 서비스망을 바탕으로 유지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전기차 전환기 소비자 선택 기준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엑스(X)에 올린 "Korea is Awesome"이라는 글도 이 같은 판매 성과와 맞물려 주목받았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테슬라가 한국 시장에서 거둔 이례적인 성과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브랜드 전체 실적도 두드러졌다. 테슬라는 5월 국내에서 1만866대를 팔아 수입차 브랜드 월간 1위를 차지했다. 1~5월 누적 판매량은 4만5020대로, 전년 동기 1만2835대의 약 3.5배에 달했다. 단일 모델 흥행을 넘어 테슬라 브랜드 자체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는 의미다.


수입차는 그동안 국내에서 구매·유지·수리 비용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돼 왔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전국 서비스망, 높은 중고차 잔존가치, 상대적으로 낮은 유지비, 익숙한 주행 감각 등을 바탕으로 내수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유지해왔다. 국산 브랜드를 선택하면 차량 구매 이후 관리가 쉽고, 수리비 부담도 비교적 낮다는 인식이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모델 Y 이미지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모델 Y 이미지.


그러나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이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브랜드와 서비스망만을 기준으로 차를 고르지 않고, 충전 편의성, 소프트웨어 성능, 보조금 적용 후 실구매가, 운행 비용 등을 함께 비교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 강하게 작동했던 기존의 구매 기준이 전기차 시장에서는 일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 모델 Y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적용 후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일부 트림은 보조금 적용 후 국산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물론 중형 내연기관차와도 비교 가능한 가격대에 진입했다. 과거 수입차가 '비싼 차'로 인식됐던 것과 달리, 전기차 보조금과 낮은 운행 비용을 함께 고려하면 모델 Y가 현실적인 선택지로 들어온 것이다.

충전 인프라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한국은 북미와 달리 단독주택보다 아파트 거주 비중이 높아 개인 차고나 전용 충전기를 활용하기 어려운 소비자가 많다. 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집에서 안정적으로 충전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아, 공용 충전망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구매 결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환경에서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와 차량·충전 시스템이 결합된 생태계는 처음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충전소 위치 확인, 충전 상태 관리, 차량 소프트웨어와의 연동성 등은 테슬라가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해온 요소다. 전기차 구매 경험이 많지 않은 소비자에게는 차량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충전 과정이 얼마나 간단하고 예측 가능한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올해 초 모델 Y를 구매한 서울 거주 디자이너 김민선 씨(37)는 "충전 편의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며 "한국에서는 개인 차고에서 바로 충전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충전망을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에 현대차 그랜저를 몰았던 김 씨는 연료비 차이도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휘발유 차를 탈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연료비와 충전비를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브랜드 인지도도 강점으로 꼽힌다. 많은 국내 소비자에게 테슬라는 전기차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통한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상징하듯, 테슬라는 현대 전기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현대차·기아와 중국 업체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늘리고 있지만, 테슬라의 이 같은 위상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전기차 구매에서 소프트웨어 경험이 중요해진 점도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엔진 성능, 승차감, 정비 편의성이 주요 기준이었다면, 전기차에서는 주행거리, 충전 속도, 차량 내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인포테인먼트 경험 등이 함께 평가된다. 테슬라는 이 영역에서 강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BYD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전기차 모델 ‘씰Seal’ 이미지
BYD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한 전기차 모델 ‘씰(Seal)’ 이미지.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1월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지만 아직 테슬라와 격차가 크다. BYD의 5월 국내 등록 대수는 1032대로, 테슬라 월간 판매량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세계 시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비자 인식도 넘어야 할 과제다.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브랜드 친숙도, 애프터서비스망, 장기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마케터 김윤성 씨(30)는 BYD를 검토했지만 결국 기아 EV4를 선택했다. 그는 "BYD에 대해 아직 아는 게 많지 않았다"며 "중국산 차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도 있었다. 딱 꼬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런 감정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일본 브랜드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쌓은 신뢰가 탄탄하지만, 순수 전기차 부문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 Y에 맞먹는 수요를 끌어낸 모델이 아직 없다. 하이브리드 강자의 이미지가 전기차 시장으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결과를 현대차·기아의 경쟁력이 흔들렸다는 신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두 회사는 여전히 전국적인 서비스망과 탄력적인 가격 정책, 높은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수리비, 실내 공간, 내구성, 사후관리 서비스는 여전히 많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구매 기준이다.

테슬라가 소프트웨어와 충전 생태계에서 강점을 보이더라도, 차량 관리와 수리 비용에 대한 우려는 약점으로 남아 있다. 사고 수리나 부품 교체 비용, 서비스센터 접근성 등에 대한 불안은 일부 소비자가 국산 전기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김윤성 씨도 모델 Y를 검토했지만 수리비가 걸렸다고 했다. 그는 "테슬라는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게 솔직히 망설여졌다"고 말했다.

결국 테슬라의 5월 성과는 현대차·기아의 내수 시장 지배력이 곧바로 약화됐다는 의미라기보다, 한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충전 접근성, 운행 비용, 디자인, 사후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따지며 차를 고르고 있다.

국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여전히 높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충전 생태계와 사용 경험이 구매 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처럼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와 충전 인프라를 갖춘 업체가 국내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테슬라 모델 Y의 5월 판매 1위는 전기차 전환기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기존 강점만으로는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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