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대전은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도시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세계적인 AI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고 자신하십니까?"
대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특별한 도시다. 서울처럼 정치 권력이 집중된 곳도 아니고 울산처럼 거대한 제조공장이 즐비한 도시도 아니다. 대신 KAIST가 있고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으며 27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4만여 명의 연구인력이 모여 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이 뛰는 도시다. 그러나 대전은 오랫동안 하나의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도시인데 왜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기업은 나오지 못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허태정 시장은 AI 선도도시와 청년 벤처기업 1000개 육성, 초대형 GPU 데이터센터 구축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연구의 도시를 산업의 도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연구를 논문에서 끝내지 않고 기업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대전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연구 성과를 자랑하는 도시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할 것인가.
대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이다. 수십 년 동안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집중됐고 수많은 원천기술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연구자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논문을 발표했고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국가 기술 경쟁력을 떠받쳐 왔다. 그 덕분에 대전은 과학수도라는 이름을 얻었고 대한민국 혁신 역량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연구 성과와 산업 성과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았다. 연구는 많았지만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허는 많았지만 일자리로 연결되는 경우는 제한적이었고 기술은 있었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 기업은 드물었다. 연구소에서 탄생한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기 전에 멈추고, 대학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허태정 시장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대덕특구가 가진 연구 역량이 시민의 소득과 일자리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연구→산업→일자리→시민소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청년 벤처기업 1000개 육성, 기술사업화 확대, 시민성장펀드 조성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결국 대전의 미래는 연구개발 예산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연구 성과를 얼마나 많은 기업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논문 숫자가 아니라 유니콘 기업 숫자가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 과학수도라는 이름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가 산업이 되고 산업이 다시 혁신을 만드는 도시가 돼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연구가 아니라 창업이다
많은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스탠퍼드대학교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를 세계 혁신의 수도로 만든 것은 대학 자체가 아니었다. 대학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기업으로 만들고, 기업을 다시 산업으로 키운 창업가들이었다. 구글도, 엔비디아도, 애플도 처음에는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AI 시대에는 이 원리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거대한 공장과 막대한 자본이 있어야 기업을 만들 수 있었지만 지금은 뛰어난 기술과 컴퓨팅 자원, 그리고 기업가정신만 있어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 생성형 AI는 자본과 인력의 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혁신의 중심을 제조업에서 지식과 창업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대전은 이런 변화에 가장 유리한 도시 가운데 하나다. KAIST가 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있으며, 국방과학연구소가 있다. 다른 지역이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할 때 대전은 이미 최고 수준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연결이다. 연구소와 대학, 창업가와 투자자, 기술과 시장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
허태정 시장이 초대형 GPU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실증 인프라 조성, 시장 직속 AI 전략기구 설치를 약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 시대의 핵심 자산인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구자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성장펀드 1조 원을 조성해 기술혁신의 성과가 시민의 자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제시했다.
대전이 진정한 AI 수도가 되려면 연구도시를 넘어 창업도시가 되어야 한다. 연구자가 창업가가 되고, 대학이 혁신기업의 산실이 되며, 기술이 시장으로 연결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기업가정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전의 경쟁 상대는 세종이 아니라 실리콘밸리다
그동안 대전은 충청권 중심도시라는 틀 안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세종과 협력하고 충남과 연계하는 정도가 미래 전략으로 제시되곤 했다. 그러나 AI 시대의 경쟁은 그런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도시들은 같은 국가 안의 도시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혁신도시들과 경쟁한다.
미국에는 실리콘밸리가 있고 보스턴이 있다. 중국에는 선전이 있고 영국에는 케임브리지가 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연구 역량이 산업으로 연결되고 산업이 다시 혁신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과 연구소, 벤처캐피털과 창업가, 글로벌 기업이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전 역시 그런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KAIST와 대덕특구,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는 자산은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야심이다. 왜 대전에서는 엔비디아 같은 기업이 나오지 못했는가. 왜 세계적인 AI 플랫폼 기업은 수도권에서만 나와야 하는가. 왜 연구 성과는 넘치는데 세계시장을 흔드는 기업은 드문가.
허태정 시정 4년의 성패는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결정될 것이다. 연구 예산이 얼마나 늘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AI 기업이 탄생했는가이다. 논문이 몇 편 더 나왔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대전에 남아 창업했는가이다. 연구소의 성과가 시민의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대전은 과학수도를 넘어 산업수도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과학수도 대전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 실리콘밸리 대전이다.
Strength(강점)
대전은 KAIST와 대덕특구, 27개 정부출연연구기관, 4만여 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한 대한민국 최대 연구개발 집적지다. 허태정 시장은 AI 선도도시, GPU 데이터센터, 청년 벤처기업 1000개 육성, 시민성장펀드 1조 원 등을 통해 연구 역량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Weakness(약점)우수한 연구 성과에 비해 글로벌 기업과 대형 벤처기업은 부족하다. 연구와 산업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하고 인재와 자본의 수도권 유출도 여전히 심각하다.
Opportunity(기회)생성형 AI 혁명은 대전에 역사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연구 인프라와 AI 컴퓨팅 자원을 결합할 경우 대한민국 최고의 AI 창업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AI 실증 인프라 구축과 기술사업화 확대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Threat(위기)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히 강하다. 연구자들이 창업보다 안정적인 연구직을 선호하는 문화도 존재한다. 기술사업화에 실패할 경우 대전은 연구는 많지만 산업은 부족한 도시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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