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전국 광역단체장 대부분을 이기고도 서울을 내줬다. 표차 자체는 근소했다. 그러나 패배의 무게는 그 숫자가 아니라 분포에 있다. 정원오 후보는 강남3구와 용산 네 곳에서 표를 크게 잃었고, 그 손실이 나머지 구 전부에서 거둔 우위를 통째로 삼켰다. 서울 대부분에서 이기고도 강 남쪽 네 곳에서 모든 승리를 반납한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네 곳을 넘어선 흐름이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처럼 재건축에 미래를 건 동네가 한 방향으로 쏠렸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을 낀 압구정동에서 84.8%, 여의도에서 72.3%를 얻었다. 강에서 비켜선 목동신시가지(목5동)에서도 62.7%였다. 쏠림은 강변에만 있지 않았다. 정원오 후보의 안방인 성동구에서도, 정비구역을 품은 성수동은 오세훈에게 기울었다.
이들을 한 줄로 묶는 건 이념이 아니라 자산이다. 재건축을 기다리는 압구정, 노후 단지 정비를 앞둔 목동신시가지, 전략정비구역을 품은 성수. 사는 동네도 세대도 제각각이지만, 집의 미래 가치가 정책에 달렸다는 점에서 처지가 같다. 정치 성향보다 자산이 움직일 가능성에 더 민감한 표심이다. 강남 보수가 번졌다기보다, 서울 선거가 이제 ‘이념벨트’보다 ‘부동산벨트’로 읽힌다는 신호다. 이 지형이 굳으면 다음 서울시장 선거도 장담하기 어렵다.
마침 정부에는 선거가 없는 2년이 있다. 지지율은 높고 국회는 다수다. 마음먹은 정책을 입법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가장 넓은 시기다. 그런 시점에 대통령이 부동산의 방향을 직접 입에 올렸다. 6월 8일 취임 1주년 회견에서다. 이날 회견의 핵심은 ‘둘 다’였다. 공급 대책을 속도 내 곧 발표하겠다며 재건축·재개발을 서두르겠다고 했고, 동시에 “부동산 투기 공화국에서 탈피하는 게 이 나라가 살아가는 길”이라며 수요 억제도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세제는 7월 예산안과 함께 손본다고 했다. 정부가 잡겠다는 목표가 둘로 늘어난 것이다.
첫째 토끼 — 투기를 잡는다
하나는 투기 수요를 누르는 일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다시 시행했고, 공시가격 현실화를 이어갔으며, 지난해엔 주택담보대출을 강하게 죄었다. 이 방향에는 분명한 명분이 있다.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자산 격차를 좁히며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는, 정부가 출범 때부터 내건 가치를 제도에 새길 수 있다. 무주택·청년층의 지지도 결집한다.
대가는 시장의 반작용이다. 보유 부담을 키우면서 팔 길까지 좁히면 다주택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 남은 자산은 가장 안전한 한 채, 곧 서울 신축으로 모인다. 규제를 다시 꺼낸 지난해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 깊은 곳에서는 공급이 깎인다.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서 새 아파트는 사실상 재건축·재개발에서만 나오는데, 그 사업을 누르면 신축의 통로가 닫힌다. 올 들어 서울 준공 물량은 한 해 전보다 40% 넘게 줄었고, 착공도 뒷걸음쳤다. 그런데도 미분양은 사실상 바닥이다. 팔리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을 물량이 모자라서다. 수요를 누르는 사이 공급이 먼저 말라간다. 게다가 이 동네엔 투자자만 사는 게 아니다. 한 채를 굴려 더 나은 집으로 옮기려는 실거주 중산층이 섞여 있다. 억제가 길어질수록 이들의 이탈은 일시적 변심에서 굳은 반대로 바뀐다.
둘째 토끼 — 공급을 늘린다
다른 하나는 공급이다. 다만 대통령이 그리는 공급의 모양이 관건이다. 그는 그린벨트나 신도시 대신 “투자·투기용으로 가지고 있는 집을 내놓으면 엄청난 공급 여력이 있다”고 했다. 다주택자를 압박해 보유한 집을 시장에 풀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봄 들어 급매물이 일부 나왔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물량은 새로 지은 집이 아니라 주인만 바뀐 집이다. 도시가 품는 주택의 총량은 그대로다.
새 집을, 곧 착공과 입주를 늘리는 건 결이 다른 일이다. 이 정부가 그 길을 외면한 적은 없다. 지난해 가을, 대규모 주택 공급과 재건축·재개발 촉진을 약속하는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앞선 여름, 이주비 대출을 다주택자에게 사실상 끊으면서 조합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이미 멈춰 서던 참이었다. 공급을 약속한 손과 그 공급을 묶은 손이 같은 정부였다. 6·8의 “속도를 내겠다”는 새 선언이라기보다 지난해 다짐의 재확인에 가깝다.
진짜 공급은 결국 착공에서 갈린다.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서 새 아파트는 재건축·재개발에서 나오고, 사업성이 무너지면 그 길이 막힌다. 세금과 대출, 정비 규제가 동시에 조여진 상태에서는 조합도 건설사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공급을 말하려면 결국 거래와 보유, 금융과 인허가가 어느 지점에서 다시 작동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수요를 누르는 손과는 정반대 방향의 설계다.
물론 이런 방향 전환에도 청구서는 따른다. 보유 부담을 조정하면 다주택자 감세 논란이 일고, 거래세를 낮추면 당장 세수가 빈다. 정비 규제를 풀면 ‘특혜’ 공격이 따라붙고, 새 집이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여러 해가 걸려 지금의 값을 곧장 식히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규제 완화는 정부가 부동산 앞에서 또 물러섰다는 인상을 준다. 지지층엔 후퇴로, 야당엔 빌미로 읽힐 수 있다.
두 목표가 서로 반대로 당긴다는 사실은 이미 지난 1년이 보여줬다. 대출을 죄자 약속한 재건축이 멈췄다. 억제하려 꺼낸 카드가 공급을 가로막은 것이다. 그러니 6·8의 “둘 다”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재건축 속도를 약속하면서 그 사업성을 누르는 보유세와 정비 규제를 함께 조이면, 공급은 또 서류에만 남는다. 어느 목표도 이유가 없지는 않다.
투기 억제는 정부가 옳다고 믿는 방향이고, 공급은 시장이 절박하게 요구하는 현실이다. 선거 없는 2년은 표의 눈치 없이 둘 사이를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2년이 지나면 부동산벨트는 다시 투표소 앞에 선다. 그사이 정부가 말한 공급이 기존 매물을 끌어내는 데 그칠지, 새 착공으로 이어질지가 그날의 표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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