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서울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공식화했다. 인공지능(AI) 칩 핵심 파트너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초밀착 협력을 넘어 LG전자,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들과 전방위적 AI 인프라 확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일정 과정에서 "한국은 AI와 로봇공학 전문성이 뛰어난 세계적 제조 허브인 만큼 R&D 투자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며 "서울에 R&D 센터를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엔비디아는 지난달부터 국내 박사급 및 5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피지컬 AI'와 '파운데이션 모델 빌딩' 담당 연구원 채용 공고를 내고 구체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최근 대만에 제2본사 설립을 추진 중인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소프트웨어 및 응용 기술 거점으로 서울을 낙점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략을 위한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한국 R&D 센터 설립은 올해 초부터 정부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추진돼 온 대형 프로트젝트다. 지난 1월 엔비디아가 아시아 지역 내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AI 거점 구축을 예고하자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로 건너가 핵심 경영진과 물밑 조율을 진행하며 설립 논의를 이끌었다. 정부가 AI 유관 인프라 지원 및 규제 완화 카드 등을 제시하며 적극적으로 유치 공세를 펼친 것이 이번 R&D 센터 서울 설립 공식화의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는 후문이다.
엔비디아가 아시아 진출의 핵심 교두보로 한국을 선택한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기업과의 전략적 요충지가 바로 서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서울 R&D 센터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구소와 물리적인 기초 연구 단계부터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차세대 HBM 제품 개발 시기를 대폭 앞당길 것으로 전망한다. 엔비디아의 설계 역량과 한국의 제조·공정 역량이 결합해 차세대 AI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는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 R&D 센터의 역할은 단순히 반도체 협력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한국의 고도화된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초연결 AI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가전과 전장 사업에서 AI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LG전자와도 협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의 스마트 가전 인프라 및 전장 부품에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이식해 스마트 홈과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엣지 AI'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와는 초대규모 AI 모델 고도화 및 아시아권 데이터센터 최적화 인프라 연구를 공동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보유한 네이버와 엔비디아의 기술이 결합하면 아시아 지역에 최적화된 고효율·저전력 AI 데이터센터 표준을 정립할 수 있다.
나아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 중인 현대자동차그룹과는 차량용 반도체 및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발을 협력할 방침이다. 글로벌 인기 e스포츠 구단인 T1을 비롯한 국내 엔터테인먼트·콘텐츠 진영과도 손잡고 AI 기술 융합을 타진하고 있다. 단순히 하드웨어를 사고파는 제조 협력사 관계를 넘어 한국 기업이 보유한 모빌리티, 가전, 플랫폼, 콘텐츠 데이터가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엔진 위에 올라타는 '한국형 AI 연합체'가 결성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한국에 단순 지사가 아닌 핵심 R&D 거점을 마련한다는 것은 한국을 아시아 AI 인프라 확장의 심장부로 삼겠다는 의미"라며 "반도체에 이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이어지는 거대한 한국형 AI 밸류체인이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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