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새로운 종의 탄생" 연상호 감독·전지현→지창욱 '군체', 칸 영화제 열기 이어갈까

영화 군체 사진연합뉴스
영화 '군체' [사진=연합뉴스]
칸의 열기를 한국 극장가로 이어올 수 있을까.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7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영화 '군체'가 국내 관객과 만난다. '부산행'으로 K-좀비의 한 축을 연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는 집단지성과 감염, 인간의 개별성을 결합한 새로운 좀비 스릴러를 내놓았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군체'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부산행' '반도'로 좀비 장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확장해온 연상호 감독의 신작으로 기존 좀비와 다른 감염자의 형태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상호 감독은 '군체'를 두고 "제가 만든 영화 중 거의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어 "'반도'가 빠른 액션과 카체이싱이 있는 액션영화에 가까웠다면 '군체'는 서스펜스가 강조된 스릴러"라며 "좀비 자체에 집중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군체'의 출발점은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었다. 연 감독은 "처음부터 좀비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구상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당대 사회의 잠재적 공포에 대해 생각했다. 엄청난 정보 교류를 통해 생기는 집단적 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함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규석 작가와 그런 주제를 이야기하다가 좀비물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집단으로 교류하고, 잘못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 계속 업데이트되는 존재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군체 연상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영화 '군체' 연상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그가 '군체'를 통해 바라본 핵심은 인간다움이었다. 연 감독은 "작품을 해오면서 오래 관심을 둔 부분 중 하나가 휴머니즘이었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며 "시작점은 인공지능(AI)이 작동하는 원리가 흥미로워 파고들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AI라는 것이 보편적 사고의 총합처럼 느껴졌다. 그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 힘이 세지다 보니 인간의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것 같았다. 지금처럼 인공지능과 집단지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것은 개별성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수 의견처럼 보이는 권세정(전지현 분)을 내세우고 마지막에 공설희(신현빈 분)와 조금의 연대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통해 집단지성과 어렵게 시작하는 연대의 차이를 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감염자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과정도 기존 작업과 달랐다. 연 감독은 "'부산행' 때는 스턴트맨, 브레이크댄서들과 작업했다면 이번에는 군집으로 움직이는 집단지성의 개념이 필요해 기존 스턴트팀 외에도 아방가르드한 현대무용 팀 세 팀을 섭외했다. 현대무용 팀은 추상적 개념을 몸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한 분들이다. 그들에게 감염자의 느낌을 이야기했고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좀비의 모습이 그들을 통해 완성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군체' 속 감염자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전지현은 "시나리오를 보며 동시적인 연결성이 흥미로웠다. 기존 감염자나 좀비들은 개별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를 보였다면 '군체'의 감염자는 알 수 없는 네트워크로 실시간 진화하고 하나의 큰 덩어리처럼 움직인다. 그 점이 기존 감염자들과 다른 모습인 것 같다"고 말했다.

캐릭터들은 감염자와 맞서는 생존자이면서도 각자의 취약한 조건을 안고 있다. 배우들은 장르적 상황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 군체 사진연합뉴스
영화 '군체' [사진=연합뉴스]

극 중 생명공학 박사 권세정을 연기한 전지현은 "권세정이 특별한 인물로 보이기보다는 관객들이 권세정이 되기를 바랐다"며 "관객들이 영화 속에 빠져들고 권세정이 선택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할의 큰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극 중 현희 역을 연기한 김신록은 "감염자도 재미있게 봤지만, 생존자들이 가진 인간 군상의 갈등과 선택도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여기 등장하는 생존자들은 각자 고유한 조건을 가지고 있고 그 조건 중에는 생존에 취약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격적으로 겁이 많거나 직업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인 인물도 있고 현희는 신체적 취약함이 있다. 생존하면서 어떻게 갈등하고 어떤 선택을 해나가는지가 재미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현희는 누나이기도 하고 IT업계 종사자이기도 하고 장애인이기도 한데, 동생 현석과의 정서적인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연결고리가 직관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현희의 동생 현석 역의 지창욱은 "생존자들을 보다 보면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익숙한 인간들, 사람의 본성 같은 것들이 재미있었다. 현석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개인적으로 공감이 됐던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부분, 그런 관계의 취약성에 공감이 많이 됐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현희와의 관계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신현빈은 외부에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공설희 역을 맡았다. 그는 "외부에서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동시에 본인의 가족이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에 감정의 밸런스를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중요했다. 전문가적인 의견을 보여주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감정적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잊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감염자들과 연결되는 서영철 역을 맡아 감염자 집단과 함께 움직이는 독특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서영철을 연기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저와 감염자들은 동선적으로 행위적으로 연결된 연기를 하고 있었다. 제가 서영철 100명과 함께 연기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든든하고 특별한 경험이었고 감염자 역할을 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제가 영감을 받기도 했다. 함께 한 역할을 만들어간다는 게 든든하고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군체 사진연합뉴스
영화 '군체' [사진=연합뉴스]

'군체'는 국내 개봉에 앞서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먼저 공개됐다. 현지 상영 후 7분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칸에서 막 돌아온 전지현은 "저희 영화를 소개하고 그곳에서 에너지를 받고 온 기분"이라며 "영화를 소개하러 간 감사한 자리였는데 배우로서는 큰 용기와 힘을 얻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신록은 "영화를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경의와 존중, 환대를 목격해서 꿈같은 시간이었다. '군체'와 칸에 갈 수 있어 좋았고 격려가 됐다. 우리 영화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찬사처럼 느껴졌다. 한국에서도 영화 사랑하는 사람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밝혔다.

신현빈은 "처음 공개하는 자리에는 늘 긴장과 설렘이 있는데 너무 큰 극장에서 환대해주셔서 즐겁게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었다"며 "이제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창욱도 "매일매일 감격스러웠다. 설렘과 긴장, 행복한 마음으로 영화제 일정을 보내고 왔다"고 말했다.

'군체'는 칸에서 먼저 받은 환대에 이어 국내 극장가에서 본격적인 평가를 받는다. '새로운 종의 탄생'을 예고한 연상호 감독의 좀비 스릴러가 5월 극장가의 흥행 열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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