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 논란 '21세기 대군부인'…거센 비판 속 아이유·변우석·제작진 고개 숙였다

21세기 대군부인 사진디즈니+
'21세기 대군부인' [사진=디즈니+]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주연 배우 변우석과 아이유, 제작진과 작가가 잇따라 사과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재방송과 주문형 비디오(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수정됐지만, 역사 콘텐츠 제작 과정의 고증 시스템을 둘러싼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입헌군주제가 남아 있는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평민 재벌 성희주(아이유 분)와 왕의 둘째 아들 이안대군(변우석 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올해 기대작으로 꼽혔으나 지난 15일 방송된 11화를 기점으로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문제가 된 장면은 이안대군의 즉위식이었다. 극 중 신하들은 자주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만세' 대신 제후국에서 쓰인 표현인 '천세'를 외쳤고, 왕은 자주국 황제가 쓰는 십이면류관이 아닌 제후국에서 사용된 구류면류관을 착용했다. 현대 입헌군주제 독립 국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중국 제후국을 연상시키는 용어와 복식을 사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재방송과 VOD, OTT를 통해 제공되는 영상에서 문제가 된 오디오와 자막을 수정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이후 웨이브와 디즈니+ 등 OTT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해당 장면의 오디오와 자막 일부가 수정됐다.

주연 배우들도 직접 고개를 숙였다. 변우석은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필 편지를 올리고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무엇이고, 그것이 시청자 여러분께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와 맥락까지 더욱 책임감 있게 살펴보고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게 됐다"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깊이 있는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아이유도 같은 날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아이유는 "여러분께서 지적해 주신 드라마 속 여러 역사 고증 문제들에 있어 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연기에 임한 점 변명의 여지 없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고유의 역사에 기반한 상상력과 대한민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었던 만큼 배우로서 더욱 신중하게 대본을 읽고 공부해야 했음에도 그러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며 "미리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소중한 비판과 의견들을 늘 기억하며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자세로 작품에 임하는 아이유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작가 유지원도 드라마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했다. 유 작가는 19일 "고증 논란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21세기 대군부인'은 가상의 입헌군주국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라며 "조선 왕실이 굳건히 현대까지 이어졌다는 상상 아래 우리의 전통과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조선의 예법을 현대에 적용하고 가상의 현대 왕실을 그리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특히 즉위식에서 지적받은 구류면류관과 천세라고 산호하는 장면은 조선 의례를 현대에 적용하면서 고려했어야 할 역사적 맥락을 세심히 살피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이 밖에도 시청자분들께서 보내주신 의견들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21세기 대군부인 6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1세기 대군부인' 6[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박준화 감독도 인터뷰에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감독은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힐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길 바랐다"며 "하지만 힐링이 아니라 죄송한 상황을 만들었다. 변명의 여지 없이 제작진을 대표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까지 같이 노력하며 이 드라마를 만들어 온 연기자들의 노력에 보상보다 어려움을 느끼게 한 것 같아 죄송스럽고 사죄드린다"며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은 개별 작품을 넘어 역사 콘텐츠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은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드라마, 영화 우리만 보는 거 아니다. 전 세계인들이 보고 있다"며 "이제는 그 격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태성은 "역사 용어, 복장, 대사 등 역사 왜곡 논란이 매번 터져도 늘 그 자리"라며 "배우들의 출연료는 몇억원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십만원으로 대신하려 하시는지.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고증에 드는 시간은 왜 그리도 무시하시는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이런 고민을 그만할 때가 된 것 같아 제안을 한 번 해본다"며 대본과 의상, 세트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역사물 고증 연구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21세기 대군부인'은 가상의 입헌군주국이라는 설정을 내세웠지만, 한국 전통과 왕실 의례를 차용한 만큼 역사적 맥락을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배우와 제작진, 작가가 잇따라 사과하고 문제 장면을 수정했지만,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 소비되는 시대에 역사 고증을 둘러싼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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