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동주택(아파트) 단지 내 설비 고장으로 정전이 발생할 경우 원칙적으로 24시간 안에 임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고 20일 밝혔다. 화재·침수 등 대규모 피해 상황에서도 48시간 내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 1일 세종 조치원읍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수전실 화재 사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약 1500세대가 장기간 정전을 겪으며 냉장고 음식물 폐기와 승강기 중단, 급수 차질 등 주민 불편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파트 내부 설비가 민간 자산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한전의 개입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기후부는 지난 14일 김성환 장관 주재로 한국전력공사·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대책 회의를 열고 이 같은 후속 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지중 방식은 굴착 없이 장비를 바로 설치할 수 있어 대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한전은 전주·전선·변압기 등 응급 복구 자재 보유 기준도 새로 마련하기로 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필요할 경우 임대 설비까지 활용하는 긴급 복구 지원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예방 대책도 병행된다. 전기안전공사는 준공 25년 이상·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를 대상으로 오는 6월까지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수전실 변압기와 저압 배전반 등 주요 설비 상태를 집중 점검해 정전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한전·전기안전공사·전기공사 유관단체·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원팀 협력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전 발생 시 응급 설비 설치와 고장 원인 분석, 복구 업체 연계 등을 공동 대응하고 기관별 역할을 담은 통합 표준운영절차서(SOP)도 새로 만든다. 실제 정전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민간 공동주택의 노후 전력설비 문제까지 사실상 떠안는 것 아니냐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장기수선충당금으로 교체해야 할 노후 설비까지 정부 지원 대상으로 삼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정전 발생 이후 임시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있다"며 "노후 설비 교체 비용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도 장기적으로는 노후 공동주택 전력설비 교체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설비를 교체하도록 유도할지, 예산·금융 지원 제도를 마련할지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기후부의 설명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앞으로 전기화 시대가 본격화되면 정전에 따른 국민 불편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동주택 정전 문제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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