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직선제, 지역주의 심화 우려..."호남 출신 농협회장 힘들 것"

  • 영남 조합원, 호남보다 13만명 많아…출신 고려 우려 확산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서울 중구 소재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농협중앙회]
정부가 조합원 직선제와 감시 강화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계에서 지역주의 투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남에 비해 조합원 수가 적은 호남 출신 후보자는 중앙회장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업계 안팎에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는 추세다. 전직 농협 고위관계자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직선제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농협 조합원은 자기 지역 출신 후보자를 먼저 생각할 것"이라며 "이 경우 앞으로 호남 출신 회장을 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이 자신의 지역 출신 후보가 회장이 되는 게 농업 인프라 설치, 무이자자금 확대 등 지역조합과 지역경제 발전에 유리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며 "조합장은 조합의 상황, 주요 공약을 고려해 후보를 꼼꼼하게 분석하지만, 일반 조합원들은 조합장만큼 후보를 정밀하게 검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기준 농협 통계를 보면 경상도 조합원 수가 전라도 조합원 수를 크게 앞선다. 광역단체별로 보면 경상북도 31만7297명, 전라남도 27만5966명, 경상남도 22만7429명, 전라북도 19만31명 등이다. 경상도 조합원 수가 전라도 조합원 수보다 7만8729명 많은 상황이다. 

대구, 울산, 부산, 광주 등 광역시까지 합치면 영호남의 차이는 더욱 커진다. 영남 지역 조합원 수가 61만6624명으로 호남 지역(48만7952명)보다 12만8672명 많다. 전체 농협 조합원 중 30%가 영남 지역 소속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은 조합원 직선제에 대해 "농협의 운영이 정치적으로 바뀌고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우려도 크다"며 "농협 내에 '협동'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조합원들 간에 분란·갈등·반목이 커질 수 있다. 또 선거 과정에서 지역색이 영향을 미치는 등 파벌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역대 선거로 선출된 농협회장 7명 중 호남 출신은 김병원 회장이 유일하다. 농협회장의 출신 지역을 보면 △경남 2명 △경북 1명 △전남 1명 △충남 1명 △경기 1명 △서울 1명 등이다. 

당정은 지방선거 전 농협법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후반기 국회로 넘어가는 수순이다. 일각에서는 직선제 대신 선거인단제를 통한 회장 선출 방식도 거론된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 조합장·대의원 등으로 구성된 별도 기구를 통해 농협회장을 선출하는 것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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