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같은 날 중국과 대만이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1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만은 중국 본토와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진먼도에서 미국산 재블린 미사일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하나는 돈의 언어였고, 다른 하나는 화약의 언어였다. 하나는 시장의 낙관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쟁 가능성의 현실이었다.
13일의 중국은 환호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선전 창업판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AI와 반도체 관련 종목이 급등했다. 젠슨 황의 방중단 합류 소식은 상징성이 컸다. 이는 단순한 기업인의 동행이 아니라, 미국 기술자본과 중국 제조 역량 사이에 새로운 타협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중국 시장은 미중 갈등의 완화 가능성에 베팅하기 시작했다.
반면 대만은 정반대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만군은 중국 본토 코앞인 진먼 해안에서 상륙 저지 훈련을 실시했고, 미국산 재블린 미사일을 처음으로 실사격했다. 대만은 미국과의 군사 협력 관계를 과시함으로써 “대만은 협상 테이블 위의 단순한 카드가 아니다”라는 점을 중국과 미국 양측에 동시에 보여주려 했다.
이런 장면은 결국 이번 정상회담의 본질을 보여준다. 미중은 충돌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싸우되 무너지면 안 되고, 경쟁하되 단절해서도 안 된다. AI 시대의 세계경제는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생산 체계가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구조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AI와 반도체 문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있다. 특히 고성능 GPU와 첨단 장비 수출 통제를 통해 중국의 AI 군사화 속도를 늦추려 한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 역시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 엔비디아와 퀄컴, 애플 등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매우 높다. 중국 또한 첨단 칩 자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국 기술과 장비 의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제한적 기술 완화와 공급망 안정 장치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는 무역과 환율 문제다. 미국은 중국의 과잉 생산과 저가 수출 문제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고금리 정책과 달러 패권이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 증시 급등은 시장이 “관리된 무역 휴전” 가능성을 읽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양국 모두 경기 둔화 부담이 커지고 있어 일정 수준의 타협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셋째는 대만 문제다. 이번 회담의 가장 위험한 의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대만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중심 외교 스타일이다. 그는 안보와 경제를 하나의 패키지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대만 문제가 무역·관세·기술 문제와 연계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넷째는 중동 문제다. 현재 세계 최대 변수는 사실 대만보다 중동이다. 특히 이란 전쟁 리스크는 국제유가와 글로벌 공급망을 직접 흔들고 있다. 중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고,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유가 안정이 절실하다. 따라서 미중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는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다섯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문제다.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방 제재의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러 지원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 역시 러시아와 중국이 완전히 결속하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는 공개되지 않는 수준의 전략적 교감도 오갈 가능성이 있다.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정세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양국이 무역전쟁 휴전 연장과 제한적 기술 협력에 합의할 경우다. 이 경우 중국 증시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대만·일본 반도체 산업도 안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국제유가 역시 안정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위험 선호 흐름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중간 시나리오다. 겉으로는 웃지만 실질적 합의는 제한적인 경우다. 양국은 충돌을 피하면서도 핵심 패권 경쟁은 계속 이어간다. 현재로서는 이 가능성이 가장 높다. AI·반도체·배터리·희토류 분야에서는 경쟁이 지속되고, 대만해협 긴장도 구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비관적 시나리오다. 정상회담이 실패하거나 대만 문제에서 충돌할 경우다. 이 경우 중국은 군사훈련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대만 무기 지원을 확대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흔들릴 수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해운·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단순히 미중 갈등 뉴스로 봐서는 안 된다. 한국 경제는 미국 안보 체제와 중국 시장 사이에 깊이 연결돼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와 조선, AI와 데이터센터 산업까지 모두 미중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
더구나 중동 리스크까지 겹쳐 있다. 만약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중 관계가 일정 부분 안정되지 않으면 세계경제는 이중 충격에 빠질 수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도 지금은 서로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중국 고전 《손자병법》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최상의 전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上兵伐謀).”
지금 미중은 바로 그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총을 쏘지 않지만 이미 전쟁 중이고, 웃으며 악수하지만 속으로는 서로의 숨통을 계산한다.
13일 밤 베이징 공항에 내린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 뒤에는, 단순한 외교 방문 이상의 무거운 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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