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차일피일', 대응은 '나몰라라'…日 주방가구 클린업키친 계약자 '분통'

  • 1월 입주 계약했으나 넉 달째 공사 지연…강남 쇼룸은 철거

  • 클린업키친 일본 본사 "도울 수 없다"…소비자 피해 구제도 난항

  • 인테리어 소비자 피해 2만5476건…불완전 이행 집중

일본 주방가구 업체가 수개월째 공사를 미룬 채 방치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보내온 사진 사진제보자
일본 주방가구 업체가 수개월째 공사를 미룬 채 방치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보내온 사진. [사진=제보자]

일본 주방가구 브랜드가 국내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도 공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나몰라라'식으로 대응해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제보자는 "지난 1월 중순 완공을 약속받고 계약했지만, 넉 달 가까이 공사가 지연됐다"고 호소했다. 

14일 소비자 A씨 제보에 따르면, 일본 시스템키친 브랜드인 클린업키친 국내 판매업체는 A씨로부터 6000만원에 달하는 계약금을 받고도 수개월째 시공을 마무리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무렵 일본 주방 시스템과 식탁 등을 계약하면서 1월 입주 전까지 공사를 끝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사는 현재까지도 답보 상태라고 주장했다. 제보 사진에는 천장 일부가 뜯긴 채 배관과 배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벽체 곳곳에 표시선이 남아 있는 등 주방가구 없이 현장이 방치돼 있었다.

업체 측은 일본 내 부품 부족과 일본 현지 선적 지연 등을 공사 지연 사유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구체적인 공사 완료 일정이나 해결 방안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A씨는 말했다. 

문제는 공사 지연 이후 업체의 대응 방식이다. A씨는 "업체 측이 연락을 피하거나 문자에 답하지 않았고, 심지어 수신 거부를 당했다"며 "계약을 맺었던 강남 쇼룸도 폐쇄됐는데 어디로 이전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지난달 중순에는 일주일 안에 시공을 마치겠다는 각서까지 썼지만 이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소재 클린업키친 쇼룸이 철거 중인 모습 사진홍승완 기자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소재 클린업키친 쇼룸이 철거 중인 모습. [사진=홍승완 기자]

실제로 지난 1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소재 클린업키친 쇼룸은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간판만 남은 채 내부 시설은 대부분 철거된 상태였다. 현장 관계자는 "전날부터 철거를 시작했다"며 "어디로 이전하는지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국내 판매업체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중동 전쟁 여파로 부품 공급이 지연되고 원자재 가격이 30% 이상 올라 시공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클린업키친 일본 본사 측은 "현재 일본 본사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다만 이 같은 문의가 있다는 점은 내부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테리어 시공 지연과 불완전 이행을 둘러싼 소비자 피해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상담은 2만547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계약 불완전 이행은 6266건으로 24.6%, 품질 문제는 6827건으로 26.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인테리어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2556건이었으나, 피해구제 단계에서의 합의율은 평균 34%에 그쳤다. 피해자 10명 중 6~7명은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를 일정 부분 진행했다면 고의로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기죄 적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고가 인테리어 계약일수록 계약서에 자재, 납기, 지연 보상, 하자 책임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비자원이 전국 4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한국의 소비자 시장평가지표'에서도 인테리어는 결혼서비스, 교복 등과 함께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경고 시장'에 포함됐다. 김승원 의원은 "인테리어 시공 피해가 매년 수천 건 발생하고 있음에도 소비자 피해 구제는 여전히 부실하다"며 "매년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는 것은 관리·감독 실패이자 제도적 방치"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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