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안규백 장관 방미, 동맹의 책임과 국익의 균형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방미는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라 한국 안보 전략의 방향을 가늠할 중요한 계기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핵추진잠수함 협력 등 주요 현안이 동시에 논의되는 가운데, 동맹과 국익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을 것인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이다. 안 장관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기여하되, “단계적으로 기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지 표명에서 시작해 인력 파견, 정보 공유, 나아가 군사적 자산 지원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되, 구체적 참여 수준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접근은 현실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핵심 해상 교통로다. 실제로 최근 HMM 나무호 화재 사건이 외부 공격으로 확인되면서 해상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해협의 불안정은 곧 에너지 수급과 물가, 산업 전반에 직결되는 문제다. 국제사회가 통항 안정에 나서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은 한국의 국익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군사적 참여는 다른 문제다. 중동 정세는 단순한 해상 문제가 아니라 복잡한 지정학적 갈등이 얽혀 있는 지역이다. 특정 진영에 편입된 것으로 해석될 경우 외교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단계적 접근과 제한적 기여, 국내법 절차 준수라는 원칙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참여의 필요성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한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전작권 전환 문제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안 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에 대해 미국 측과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이 장기적으로 자국 방위를 주도하는 체제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단순한 군사 기술 문제가 아니라 안보 주권과 직결된 사안이다.

다만 전환 시점과 조건을 둘러싼 한·미 간 인식 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은 조기 전환 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은 조건 충족 여부를 보다 신중하게 보고 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뿐 아니라 실질적 군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국방비 투자, 핵심 전력 확보, 지휘·통제 체계 정비 등이 병행돼야 한다.

핵추진잠수함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국은 해양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안 장관은 미국 측과 실무 협의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는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만, 아직 구체적 진전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동맹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한국의 안보 수요를 설득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미에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한·미 동맹의 기본 틀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감한 사안일수록 신중하게 관리하려는 양국의 기조를 반영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동맹과 국익의 균형이다. 안규백 장관이 제시한 ‘단계적 기여’와 ‘조건 기반 전환’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급격한 변화보다 점진적 조정, 일방적 결정이 아닌 협의와 설득을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동맹은 상호 이해와 신뢰 속에서 유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하되 과도한 부담은 피하고, 안보 주도권을 강화하되 동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이야말로 지금 한국 안보 정책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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