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세제를 중심으로 자산 과세체계의 전면 재설계에 나섰다. 단순한 세율 조정을 넘어 ‘실거주 중심·투자이익 과세’로 과세 기준의 축을 옮기는 것이 핵심으로, 부동산과 금융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7월 말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중심에는 부동산 세제가 있다. 정부는 이달 9일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 이후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보유기간 중심에서 실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동안 ‘보유만 해도 혜택’을 부여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실제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임대사업자 세제 특례 축소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사업자에 적용돼 온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 등은 시장 왜곡 논란이 지속돼 왔으며, 정부 역시 재검토 방침을 공식화한 상태다.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는 대신 투자 목적 보유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축소할 경우 매물 출회 유도 등 시장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보유세 개편 여부도 주요 변수다. 정부 내부에서는 단기간 내 보유세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에는 신중한 기류가 감지된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 불안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이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이 강화될 경우 다주택자와 비거주 보유자에 대한 부담 조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보유세를 일률적으로 인상하기보다는 실거주 여부와 보유 목적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실거주 1주택자의 부담은 유지하되, 고가·비거주·투자 목적 자산에 대해서는 과세 형평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장특공 개편과 임대사업자 특례 축소가 현실화될 경우 보유세 체계 역시 중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에서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은 당분간 유보될 가능성이 크다. 구 부총리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시장 여건이 충분히 조성된 이후 검토할 과제”라고 밝히며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이 경우 가상자산 과세와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22%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미뤄진 상태에서 가상자산에만 과세가 먼저 시행될 경우 자산 간 과세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조세지출 전반에 대한 재정비도 추진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한시적 감면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효과가 낮은 세제 지원은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회에서는 일몰 연장을 요구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조정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과표 체계는 2023년 귀속분부터 적용되고 있다. 물가 상승에도 과표 구간이 고정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기준금액을 자동 조정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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